[경제칼럼]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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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국정운영의 틀을 갖췄다. 추가 경정예산안이 통과되면서 시급한 필요 재원도 마련했다. 얼마 전에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100대 국정과제와 487개 실천과제 등으로 정리된 미래 청사진을 발표했다. 또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중장기 예산편성 방향을 정했다.

주목되는 것은 100대 국정과제와 별도로 새 정부 국정비전을 선명하게 부각할 수 있는 복합·핵심과제 선정 및 추진 계획이다. 여기에는 '불평등 완화와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한 일자리 경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혁신 창업국가'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과제들은 중요성과 상징성을 고려해서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중심으로 관리하고 국무조정실이 현장 점검 및 쟁점 조성·지원하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특히 1단계('17년~'18년)는 4차 산업혁명의 추진기반을 구축하는 시기로서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로써 새 정부가 출발선에 섰다. 이는 과거와 차별화하고 새로운 미래를 맞이하는 전환점을 의미한다. 모든 산업계가 위기감을 느끼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화두는 단연 일자리다. 전 세계 많은 전문가들이 일자리 대체 문제를 놓고 논쟁중이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이 기존 일자리 수명을 단축시키면서 미래세대는 평생 3개 이상의 영역에서 5개 이상의 직업을 갖고 19개 이상의 직무를 경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래서 교육의 프레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명제가 성립된다. 암기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아닌 기술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하기 위한 자기주도 학습역량이 관심을 모은다.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어려운 문제 풀이보다 창의성, 감성, 문제해결 능력, 사고력 등 인간의 고유한 능력을 길러주는 기초교육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계경제포럼의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자본주의 시대가 가고 인재주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정의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재전쟁 또는 두뇌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생산성 높은 고급인력 확보가 국가나 지역,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등장한지 오래다.

학령인구 감소와 경쟁력 약화로 인해 인재양성의 보류였던 대학이 생존 기로에 몰렸다. 변화 폭과 속도가 급증하는 시대에 대학의 역할이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그간 학생, 학과, 교수, 강의, 학위로 대표되는 단절적 대학 교육에 대해 혁신 요구가 거세다. 아무리 우수한 인재들의 집합체라 하더라도 개방·연결성이 끊긴 갈라파고스적 조직은 결국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든 나라들이 벤치마킹하는 실리콘밸리는 대학을 중퇴한 사람들이 모여 억만장자가 되는 곳이다. 학벌에 집착하기보다 직접 회사를 차려본 경험이 인정받는다. 과거의 일자리 창출 패러다임이 달라지는 지금, 대학의 개별 역량이 아니라 산업계와의 유연한 연결 역량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당신의 재능과 세상의 필요가 교차하는 곳에 당신의 천직(calling)이 있다'고 설파했다. 각자의 창의적 재능이 글로벌 산업트렌드와 만나는 데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는 변함없이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서있었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애플을 키웠고 인간의 삶을 바꿨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궁극적으로 새 정부가 당면한 일자리 창출의 해법은 교육 혁신 성과와 4차 산업혁명 흐름이 연결되는 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서양에서의 위기(Crisis)는 판단, 결단, 선택, 식별 등을 함축하는 희랍어 'Krisis'였다.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3차 산업혁명 시대의 모범국가였던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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