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빈집'의 주인공 태석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집 대문에 전단지를 붙이는 청년이다. 거주지가 일정치 않은 태석은 오랫동안 전단지가 떨어져 나가지 않은 집에 들어가 지저분한 집안을 치우고 일정기간 살다가 또 다른 빈집을 찾는 도시의 집시다. 김 감독은 "집 열쇠구멍에 붙은 전단지를 떼어내면서, 며칠씩 전단지가 붙어 있는 집은 빈 집이겠구나..하고 이 영화의 소재를 생각했다"며 "아무도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는 빈집에 대한 이미지가 외롭고 단절된 사람의 이야기로 이어졌고, 그런 빈 집을 열고 들어가 따뜻하게 채워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서울에 버려진 집이 많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벌써 13년 전 영화이기 때문이다. 서울에 집한 채 는 커 녕 좁은 방 한 칸 마련하는 것도 얼마나 힘든가. 하지만 지금은 공감이 간다. 2015년 기준 서울에만 빈집이 8만 가구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전국적으로 106만9천 채로 전체 주택의 6.5% 수준이다. 국내 빈집 수는 2035년엔 148만 가구, 2050년에는 전체 가구의 10%인 302만 가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저출산과 고령화 여파로 빈집이 급증해 사회문제가 된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따를 수 있다.

인구소멸론까지 대두되는 일본은 '빈집쇼크'라는 말이 나올 만큼 심각하다. 빈집이 820만 가구(13.5%)를 넘으면서 집값도 급락했다. 10년 전 도쿄 인근, 전철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베드타운 마쓰도 시의 50㎡ 넓이의 방 3개 아파트는 최고 2천800만엔(3억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최근 이 아파트는 '190만엔' 매물로 나와 있다. 우리 돈 2천만 원 정도면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 중고중형차 가격으로 폭락한 것이다. 얼마 전 'KBS스페셜'의 '불안한 미래, 빈집쇼크' 편에 소개된 내용이다. 70대 부동산중개업자는 "우리는 2030년경 빈집이 약 30%가 넘을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12년 후에는 3채 중 1채가 빈집이 되는 것이다. 평균치가 이 정도니 중소도시는 이웃집이 너무 조용해 '유령도시'라는 말이 나올 만큼 적막한 풍경일지도 모른다. 일본의 중년들에게 팔리지도 않는 빈집 상속은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 지자체나 공익재단에 기부하려 해도 재산 가치가 없어 거부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우리나라는 어떨까. 한국은행은 최근 우리나라 주택가격이 고령화 문제로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산가격 상승률, 주택공급방식, 아파트 거래 비중 등에서 일본과 차이점이 크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유동성이 높은 아파트 거주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주택매매가 활발한 편이다. 하지만 고령화가 진전되면 지방을 중심으로 빈집이 늘면서 슬럼화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재건축 연한(준공 후 30년)이 도래하는 노후 아파트가 2025년까지 대폭 늘어난다. 빈집의 증가는 지역 쇠퇴의 바로미터이기도 하지만 이웃이 단절돼 고독하고 삭막한 사회로 치닫는다. 빈집의 위협은 조만간 닥칠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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