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한인섭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최악의 수해 중 해외연수를 떠나 물의를 빚었던 더불어민주당 최병윤 도의원(음성1)이 25일 충북도청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 숙여 거듭 사죄하며 의원직을 사퇴했다./김용수

기초, 광역 따질 것 없이 의원직을 스스로 내려 놓았다고 평가할만한 사례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현직 지방의원이 단체장이나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공직선거법에 정해진 시점에 임박한 사퇴는 종종 있었다. 이런 유형을 제외하면 지방의원이 스스로 사퇴한 사례는 형사재판에서 선처를 받으려는 목적이 대부분 이었다.

2013년 4월 경남도의회 A의원은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의원직을 사퇴했다. 그는 재판을 받다 1심에서 법정구속되자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재판부에 '선처용 카드'로 '배지'를 내놓았다. 2004년 전남 무안군의회에서는 의장 선거 과정에서 금품수수(뇌물) 사건이 불거졌다.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던 B의원 역시 의원직을 사퇴했다. B의원은 재판부로부터 선처를 받아 보석으로 풀려 날 수 있었다.

충북에서는 2000년 7월 실시된 도의회 의장 선거과정에서 금품을 살포했던 C의원은 구속영장실질 심사를 앞두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돈을 받아 재판을 받던 일부의원은 2개월 후 역시 '선처용 사퇴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런 유형의 사례처럼 지방의원들이 왠만한 일로 선선히 의원직을 내려놓지는 않는다. '칼날'에 직면했을 때나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국회의원들은 더 말할 게 없을 것이다.

'물난리 유럽행'을 택했던 충북도의회 의원 4명 중 최병윤 의원(더민주당·음성1)이 사퇴 카드를 내놓아 처리 향방을 놓고 논란이다. 그는 민주당 충북도당 윤리심판위원회 징계를 앞두고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후 도의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민주당 도당은 의원직 사퇴를 수용해 징계를 기각 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징계 절차를 밟을 경우 최소 '당원권 정지'라도 해야 한다는 시각과 함께 최 의원의 '음성군수 출마'가 어렵게 됐다는 시각이 있었다.

한국당이 '유럽행 의원' 3명을 제명한 후 민주당에 시선이 쏠린 상황에서 내놓은 카드였다. 얼핏보면 최고 수위의 징계로 포장할 수 있지만, 당의 징계와 도의회 자체 징계를 면할 수 있는 '신의 한수'라 오히려 '꼼수'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래서 '왜 한국당만 제명을 해야하냐'는 말이 나올 빌미를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다 당에서 제명된 한국당 의원 3명이 지난 1일 도의회 징계(윤리위원회 회부)를 자처함에 따라 양상이 달라졌다. '사퇴 카드' 때문에 한국당 의원들이 '같은처지'로 내몰린 양상이었다면 이제는 최 의원이 반대 입장에 놓였다. 이제는 최 의원이 윤리위원회 절차를 밟아야 하느냐, 그렇지 않냐는 게 논란에 놓일 수 밖에 없게 됐다.

마침 도의회는 9월 6일부터 열려던 임시회 일정을 수해복구 예산 처리 등 요인이 생겨 오는 29일로 앞당길 예정이라고 한다. 도의회는 임시회 일정에 앞서 유럽행 전체의원에 대한 윤리위 회부 여부를 논의해 논란의 소지를 제거할 방안을 찾야야 하는 게 맞다. 최 의원 사직서 역시 '꼼수'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방식을 취하는 게 떳떳한 것 아닌가.

한인섭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충북도의회가 이런 류의 일들을 고민해야하는 이유는 '물난리 유럽행'에서 드러난 흠결을 보완할 최소한의 자구책이기 때문이다. 한두차례 미뤘던 연수여서 출발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정도 있었다. 그러나 행선지를 유럽 유수의 관광지로 택한 것이나,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촉구했을 정도의 상황에서 강행했던 것은 '브레이크 기능'이 전혀 없었던 것이라 하겠다.

김학철 의원의 '레밍(들쥐) 발언'은 '反지방의원 정서'가 장착된 뇌관을 '격발'한 아둔한 발언이 됐다. 충북도의회가 당리당략을 배제한 '공인의식'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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