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한인섭 부국장 겸 정치행정부장

사상 최악의 수해가 발생한 가운데 유럽연수를 떠나 물의를 빚은 김학철 충북도의원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김학철 충북도의원은 “국민은 들쥐라고 말한적 없다"고 밝혔다. 2017.07.22. / 뉴시스

'물난리 유럽행'과 '레밍(들쥐) 발언'에 대한 비난이 들끓자 지난달 22일 밤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한 김학철 충북도의원(한국당·충주1)은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모양새를 취했다.

인천공항에서 한차례 언론의 플래시를 받은 그는 곧바로 청주로 내려와 다음날 0시 10분 충북도청 대회의실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국민을 향해 사죄했다.

함께 귀국한 박한범 의원(한국당·옥천1)과 그는 허리 아래로 머리를 조아렸다.

애국시민연합이라는 단체 대표를 자처한 '열혈남아' 오모씨가 백구두에 흰색 신사복 차림으로 나타나 고함을 치자 그는 긴장한 낯으로 또 한차례 상체를 접은 후에야 상황을 벗어났다. SNS에 올라온 많은 글 중에는 일련의 장면을 '춤바람 났다 들킨 ○○○ 같았다'고 혹평 하기도 했다.

사죄 회견문 역시 절절한 심정을 반영한듯 했다. "오래 아물지 않을 분노·상처를 안겨 … . 행동을 반성하고, 자숙과 성찰을 … . 후회와 반성으로 채찍질하며 가슴에 새기겠다"와 같은 기조였다. 새벽에 진행된 회견은 '레밍 발언'에 치민 분노를 삭이지 못한 시민 4~5명이 간간히 지르는 고함과 김 의원의 사죄가 간이 제대로 맞는 듯 했다.

일단락 되는 듯했던 그의 '서푼짜리' 행위는 지난달 24일 1만2천자 분량으로 올린 페북 글을 통해 언론의 보도 행태를 비난하는 글로 관심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구구절절 자신의 행동을 변명했던 그는 어린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개인사도 들먹였다. "(선친보다)5년이나 더 살았다. 사람이 죽기전 말이 착해진다고 하는 데…."라는 표현까지 동원돼 경찰이 소재 파악에 나서는 촌극도 빚어졌다.

그런가하면 그는 행정문화위원장을 사임한 후 도의회 윤리위원회에 같은당 의원 3명과 징계를 자청했다. 반면 한국당 중앙당의 제명 조치는 부당하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한인섭 부국장 겸 정치행정부장

그랬던 그는 3일 "10일만에 다시 페북에 글을 올린다"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그동안의 침묵이 따분했던 듯 "물폭탄을 제가 초래한 것도 아닌데…. 언론이 죽이려 해도 절대 안죽는다. 그럴 것 같았다면 박지원, 이해찬, 홍준표 등 다 죽었어야죠"라는 표현을 썼다. 나름 '휘발성'있는 단어들을 찾은 것이다. 뜬금없는 '우국충정'을 동원하는가 하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북한의 ICBM 발사 상황에서 왜 휴가를 갔냐"는 취지의 언급도 내놓았다.

'물난리 유럽행' 사건은 그가 자인했던 것처럼 공인의식이라고는 없었던 몇몇 지방의원들의 일탈행위에 불과하다. 그래서 국민이 분노했던 사건이다. 그 이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강아지 발에 편자(말발굽을 보호하기 위해 덧대어 붙이는 쇳조각)를 다는 격이다.

그럼에도 '정치적 부상'을 꾀하려는 모습을 보니 '똥싸고 매화타령 한다'는 속담이 제격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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