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충북 100경 - 원흥이 두꺼비 생태공원
이야기가 있는 충북 100경 - 원흥이 두꺼비 생태공원
  • 중부매일
  • 승인 2017.08.08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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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생명·공동체의 상징이 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가 출토된 소로리,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 세종대왕 초정행궁, 청주향약과 청주향교, 가로수길의 아름다움, 옥화구경과 대청호와 상당산성과 무심천의 빼어난 절경, 절멸위기의 두꺼비 집단 서식지를 시민의 힘으로 살려낸 원흥이마을, 그리고 오송과 오창의 바이오·뷰티산업에 이르기까지. 크리에이터 이어령은 청주를 지구상에서 보기드믄 생명문화도시라고 예찬했다. 그래서 생명문화, 생명자본을 실천하고 세계인이 함께할 수 있는 도시로 전진할 것을 촉구했다.

2003년 3월. 원흥이방죽 일대에서 두꺼비 집단 산란지가 대규모 택지개발을 앞두고 서식지 훼손과 절멸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이 이곳에 모이기 시작했다. 생명과 평화와 친환경을 상징하는 두꺼비서식지가 사라지면 맑고 푸르고 아름다운 청주의 역사와 정신과 풍경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감에 생명보존 운동을 시작했다. 아인슈타인이 지구상에 벌이 사라지면 3년 내에 인류도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찬가지로 두꺼비가 살 수 없는 도시는 사람도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마을은 원현(元峴)리로 불리기도 했는데 원현은 큰 고개를 상징한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구룡산에 큰 고개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금속활자본 직지보다 72년 앞서 목판본 금강경이 인쇄된 원흥사가 이곳에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에서 원흥이마을이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오랫동안 주민들이 친환경 농법 그대로 농사를 짓던 곳이고, 산남천이 구룡산에서 마을과 논밭을 지나 무심천으로 흘러들어갔으니 그 역사는 깊고 정신은 반듯하며 풍경은 오달지고 마뜩했다.

도시에서 두꺼비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제비도 사라진 지 오래다. 환경오염으로 도시 전체가 생태계 파괴 등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에 두꺼비가 집단서식하고 있는 연유는 무엇일까. 어디 두꺼비뿐이던가. 양서류, 조류, 포유류 등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뿐이다. 두꺼비는 물과 땅을 오가며 살기 때문에 환경에 민감하다. 수중생태와 육상생태계를 잇는 먹이사슬의 중요한 고리다. 이 때문에 아직도 이곳은 오염되지 않은 곳이고, 살만한 곳이며, 맑고 푸른 청주정신이 살아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더군다나 두꺼비는 지구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생명체이자 집단으로 서식하며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두꺼비를 복(福)의 상징으로, 부(富)의 상징으로, 행운의 상징으로 믿어왔다. 오랫동안 우리들의 신화와 전설에, 애닯픈 삶에 작은 소망으로 간직돼 오고 있으며 가슴 따뜻한 동반자가 아니었던가. 앞다리는 짧고 뒷다리는 길고.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화요일의 두꺼비. 노래로, 놀이로, 동화로, 친구처럼 다정하게 지냈던 두꺼비가 아니던가.

그런데 두꺼비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하니 청주사람들이 지나칠 일 만무하다. 개발업자 등을 상대로 보존의 필요성을 웅변하고 설득하며 온 몸으로 막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었다. 두꺼비가 그렇게 해 왔듯이 시민들은 가장 평화적인 방법으로, 가장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방법으로 이해와 설득과 협력을 이끌어 내기 시작했다. 세상 사람들은 이들의 의지와 노력과 열정에 박수를 보냈다.

그 결과 보존과 개발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다. 두꺼비 이동통로를 확대토록 했으며 생태공원과 생태문화관을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지역사회의 자발적인 합의를 이끌어 냈다. 결실은 시민 몫이 되었다. 매년 이곳에서 축제를 열고 생명보존운동과 교육프로그램이 전개되고 있다. 시민들의 쉼터가 되고 수많은 자연이 숨쉬는 보고(寶庫)가 되었으며, 시민들은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케 하고 더 큰 꿈을 꾸게 되었다.

사람의 일이든 자연의 일이든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그 여정이 간단치 않다. 아픔과 견딤이 없는 위대한 쓰임은 세상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이럴때는 함께 손잡고 등 비비며 조근조근 정을 나누며 걸어가야 한다.

사진 / 홍대기(사진작가)
글 / 변광섭(에세이스트·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콘텐츠진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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