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 / 클립아트 코리아

한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우리사회의 쟁점으로 부각됐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정부에서 야당 후보를 지지한 예술인과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를 하거나 시국선언을 한 문화예술인에 대해 정부의 지원을 끊거나 검열 및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비밀리에 작성한 블랙리스트이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전 정권의 핵심인사들이 직권남용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는 등 우리사회의 적폐로 꼽힌다. 최근 충주시치과의사회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한 것을 드러나 위법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이들은 눈 밖에 난 직원뿐만 아니라 정당한 요구를 하는 환자를 블랙리스트처럼 만들어 돌린 것으로 보도됐다. 뿐만 아니라 시술비가 저렴한 치과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해당 치과병원측으로 부터 고소도 당했다. 치과의사회는 친목단체이자 이익단체이다. 직업적인 이익을 대변하고 정책입안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등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 하지만 공익을 해치거나 불법행위를 한다면 얘기는 다르다. 불공정행위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다면 치과병원업계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지역공동체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다.

충주시치과의사회 행태를 보면 '횡포'와 '갑질'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다. 치과의사회 소속 5곳의 치과원장들은 모 치과병원을 대상으로 값싼 시술비를 제시해 환자들을 유인한 후 시술비를 받고 폐업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치과'라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한다. 이들은 해당병원의 위법행위를 밝혀내기 위해 직원들을 환자로 가장시켜 병원에 침입, 진료실과 진료하는 장면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뒤 충주시보건소에 민원을 제출하는 등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경쟁치과를 문을 닫게 하기 위해 불법을 저지른 셈이 된다.

이뿐만 아니다. 치과의사회는 직원들과 특정 환자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한데 이어 일부 까다로운 환자들에 대한 정보까지 공유해왔다. 특히 치과위생사와 실습을 원하는 대학 측에 일방적으로 실습생 배정을 통보하는 등 갑 질도 해왔다. 치과위생사 학생에 대한 실습 의뢰를 받으면 대학의 의사와 관계없이 치과의사회 회원들의 행사 참석률에 따라 실습생을 배정한 것이다. 당연히 대학 측은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행위는 치과의사회가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치과의사회는 "학생들의 취업문제에 대해 무엇보다 예민한 대학의 약점을 노린 아주 비열한 갑질"이라는 해당대학 교수들의 비난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치과의사회가 공정한 경쟁을 봉쇄하는 것은 합리적인 시술비를 책정한 병원과 환자 모두에게 피해를 끼치고 의료질서를 무너트리는 것이다. 학생들의 실습을 매개로한 대학과 치과병원업계의 유대도 깨질 수밖에 없다. 충주치과의사회가 자정노력을 통해 변하지 않는다면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세력처럼 적폐의 대상이 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