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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을 떼다[문화세평] 이종수 청주 참도깨비도서관 관장
공관병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7.08.08. / 뉴시스

큰물이 지나간 자리에 어느새 풀은 일어섰고 달맞이꽃이 피었다. 모래와 황토가 밀려든 연밭은 내년을 기약하기도 힘들게 묻혀버렸다. 가로누워 물이 흘러간 결을 연기하던 풀들이 다시 일어선 자리를 지나며 새삼 사람들이 살아내는 모양이나 백 마디 천 마디 말을 뱉어내는 것에도 결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풀들은 의연한데도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다시 모기가 들끓고 무더위는 밤새 가실 줄 모른다. 큰물이 지나간 자리는 물로 지워지지만 사람들이 만들어낸 '학질'과도 같은 열병은 한밤에도 가시지 않는 열대야와 촘촘한 방충망마저 뚫는 벌레들처럼 창궐한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데는 말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더니 정적을 죽이려는 듯 산 채로 매장시키려 독침까지 아끼지 않는 수준이다. "민중은 개, 돼지나 다름없다"는 말부터 "제 집 상도 아닌데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는 것들을 보면 회초리를 대고 싶다"는 황당한 말을 하거나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펄펄 끓고 식기를 반복하는 양은냄비로 여기거나 아예 동물의 수준으로 내몰면서 자신의 말이야말로 뉴스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소위 명문 대학을 나왔다는 고위관료나 지방의원이 한 말치고는 지적수준을 의심케 하는 말이다.

마치 걸어 다니는 상식백과사전인 것처럼 혼자 논평하고 비판하며 재단하는 공정뉴스매체로 여기는 듯 당당하다. 민주주의와 법 자체를 집단발작하는 국민들과 위험한 개들이 저지르는 짓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법 위에 군림하고 국민 위에 무소불위임을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들은 양심의 귀를 가지지 않는 자들이다. 분연히 일어나는 말들에는 귀를 닫고 들으려하지 않는다. 다만 국민들의 귀를 잡고 자신의 말을 부려 넣기만 할 줄 아는 권력자들이다. 나쁜 뜻에서 자수성가한, 자신이 가장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성공하였고, 그래서 규제와 말뚝을 구분하지 못하고 말끝마다 너희는 해봤냐고 밀어붙이고, 국민적 저항에 맞닥뜨리거나 법의 심판을 앞두면 정치적으로 보복 받는다고, 자신이 가장 불쌍하고 핍박받는다고 말한다.

점점 그렇게 말이 통하지 않아 말을 거두고 없는 셈 쳐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저마다 실시간 검색 순위 1위를 위해 '아무 말 대잔치'를 해댄다. 저 밀실에서, 막후에서 썩은 강물에서 떠오른 큰빗이끼벌레처럼 식욕마저 떨어뜨린다.

이종수 청주 참도깨비도서관 관장

감자를 더 먹어야 할 사람들이다. 가장 큰 지옥 관문은 자신이 저지른 과욕과 자신이 버린 음식을 자기 몸으로 입으로 삼켜야 하는 곳이다. 먹지도 못할 재료로 만들어 팔았던 음식들이야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자신의 입으로 내뱉어 상처와 공분을 준 만큼의 몫으로 기다릴 나중을 생각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자신이 짜던 말의 가시옷을 풀어야 할 것이다. 더 큰 죄업이 되기 전에 다시 삼켜서 삭혀야 한다. 그 말들이 나오고도 탈 없이 지낸 만큼 당당한 속내라면 역시 아무 탈 없이 삭힐 수 있으리라. 내일도 딛고 살 땅에 거름으로나 쓰이려면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말이 어떻게 생산되어 오장육부를 통해 머리로 입으로 전달되는지 알아야 한다. 진정 학을 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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