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대기자 겸 논설실장

법원이 5.18기념재단 등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유통이 중단된 '전두환 회고록' / 뉴시스

삼성전자는 요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지난 24년간 글로벌 반도체시장의 '지존'이었던 인텔을 밀어내고 세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433억원대의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눈물을 흘렸다. 기쁨의 눈물이 아니라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선대회장들을 언급하면서는 목이 멘 듯 수차례 헛기침을 하며 눈물을 닦았다고 한다. 권력에 밉보이면 한순간에 훅 날아간다. 전두환 정권시절엔 국제그룹이 공중분해됐다. 김대중 정권 때는 대우그룹이 해체됐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기업이 얼어붙는 이유다. 세계최고의 반도체 기술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도 이 부회장과 대통령의 독대에서 비롯된 정경유착 혐의를 피할 수 없었다.

대통령의 갑 질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전두환 전대통령(이하 전두환)이다. 전두환이 권좌에서 내려온 뒤 수의(囚衣)를 입은 것은 권력을 앞세워 대기업으로 부터 막대한 뇌물을 걷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일해재단을 설립해 대기업으로부터 598억원을 강제로 거뒀다. 비자금은 9천억 원이나 조성했다. 금고에 거금이 쌓인 만큼 주변사람들에게 준 촌지의 단위도 입이 딱 벌어질 정도였다고 한다. 무소불위 권력은 협찬금이라는 명목으로 대기업에 돈을 뜯어냈다.

물론 전두환뿐만 아니다. 노태우 전대통령도 관행적으로 돈을 뜯어냈다가 구속돼 엄청난 추징금을 토해내야 했다. 경우는 다르지만 김대중 전대통령은 대북사업을 명목으로 6천억원을 걷었으며 이명박 전대통령도 동반성장기금으로 7184억원을 각출받았다. 역대 대통령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경영권 승계, 총수사면, 검찰수사라는 아킬레스건을 쥐고 출연금을 빼앗다시피 했다. 권력과 돈의 유착은 결국 재벌의 비대화(肥大化)를 가져오고 수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전두환은 1996년 12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등으로 추징금 2천205억원을 부과 받았다. 그러나 정부가 지금껏 환수한 추징금은 총 1천151억5천만원으로 전체 부과액(2천205억원)의 52.22%다. 그는 지난 2013년 추징금과 관련된 질문에 "내 재산은 27만원밖에 없다"고 말해 전 국민적인 웃음거리가 됐다.

최근 검찰이 전두환의 미납 추징금을 환수하기 위해 그가 최근 펴낸 회고록 인세 확보에 나섰다. 그는 지난 4월 '회고록'에서 자신을 '광주사태 치유 위한 씻김굿의 제물'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법원이 검찰 측 신청을 받아들이면 전두환이 받게 될 인세는 국고에 환수되지만 지난 4일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한 내용을 담은 회고록 출판과 배포를 금지해달라는 5·18기념재단 등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현재 회고록은 유통이 중단됐다.

박상준 대기자 겸 논설실장

전두환 뿐만 아니라 최순실 일가의 재산도 몰수 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최순실 일가 부정축재재산 몰수특별법' 제정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키고 얼마 전 여야의원 135명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행위자 소유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안'을 공동 발의했기 때문이다. '체육관 선거'로 뽑힌 전두환 시절에 등장했던 메시지가 '정의사회'였다. 모순된 현실을 포장하기 위한 '수식어'는 세월이 흘러도 유구(悠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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