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고 죄송한 일" 대국민 사과

김부겸(오른쪽 네번째) 행정안전부 장관이 1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 이철성(오른쪽 다섯번째) 경찰청장, 강인철(오른쪽) 중앙경찰학교장을 비롯한 지휘부들과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이날 지휘부 회의는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SNS 게시글 삭제 지시 의혹을 둘러싸고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이 진실 공방을 벌이는 것과 관련해 김 장관이 직접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마련됐다. 2017.08.13. / 뉴시스

[중부매일 김성호 기자] 경찰 지휘부에서 벌어진 SNS 게시글 삭제지시 논란과 관련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 수뇌부가 13일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이날 오후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 지휘부 회의에 참석, "최근 경찰 지휘부 내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부끄럽고 죄송한 일이다. 행정안전부 장관인 제가 국민 앞에 엎드려 사죄드린다"고 이 같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회의에는 SNS 삭제지시 논란 당사자인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을 비롯해 경찰 고위 간부와 경찰청 본청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 장관은 대국민 사과문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12만 경찰 상하가 한 마음이 되겠다.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삼겠다"며 "인권 경찰, 민주경찰로 거듭나도록 경찰을 과감하게 개혁할 것"이라고 강도높은 개혁을 예고했다.

김 장관은 또 "잘못된 관행과 제도적 적폐를 청산하고 구태를 벗어던지겠다. 경찰이 거듭 나는 걸 전제로, 경찰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한 뒤 "불미스런 내홍의 목욕물을 버리려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인권 경찰 재탄생이라는 아기까지 버릴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재차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지난해 촛불집회도 거론한 김 장관은 "수백만 시민이 질서정연하고도 뜨겁게 '나라다운 나라'를 꿈꿨고, 그때 경찰은 여러분 곁에서 촛불을 지켰다"며 "단 한 건의 불미스런 사건도, 사고도 없었다. 그 때 자세로 돌아가겠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며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장관은 대국민 사과에 앞선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선 SNS 게시글 삭제 논란의 당사지인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을 향해 "오늘 이후 당사자들은 일체 자기 주장이나 상대 비방 반론을 중지하라"고 지시했다.

김 장관은 특히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지휘권 행사에 여러가지 고민을 하신 것으로 안다. 그러나 경찰에 다시 명예회복 기회 주는게 맞다고 참모 건의를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며 고 "이 시간 이후에도 불미스런 상황이 계속되면 국민과 대통령에게 위임받은 권한으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 페이스북 캡쳐

이번 논란은 지난 7일 '이 청장이 지난해 11월 촛불집회 당시 광주지방경찰청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을 문제삼아 강인철 당시 광주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크게 질책하고 삭제를 지시했다'는 한 언론의 보도를 통해 시작됐다.

이 청장이 당시 강 교장과 휴대전화 통화에서 해당 게시물에 포함된 '민주화의 성지, 광주' 문구를 언급하며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고 비아냥거렸고, 촛불집회를 폄하하는 발언도 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이 청장이 공식 입장을 내고 이를 부인하자 강 학교장이 반박하는 등 경찰 최고위직 간 진실공방 양상이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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