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스페인 국립 안달루시아 플라멩코 발레단의 공연 자료사진 / 뉴시스

오래 전에 프랑스를 여행하며 파리에서 <리도 쇼>를 보았다. 리도 쇼는 80여명의 단원이 캉캉 춤과 숨 가쁘게 몰아치는 각종 춤과 음악으로 2시간여 공연하는데, 파리를 여행하면 누구나 리도 쇼나 무랑루즈 쇼를 보기를 희망한다. 필자는 오래 전 파리에서 리도 쇼를 보면서 특히 캉캉 춤에 매료 되었다. 국내에서는 극장식 디너쇼를 워커힐 호텔에서 했다. 최근에 세종문화회관에서 <플라멩코 더 패션>이라는 스페인 음악과 춤 공연을 보았다. 그동안 세계 여러 나라 춤과 음악을 접하였지만 플라멩코처럼 가슴에 와 닿은 적은 별로 없다. 플라멩코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의 전통적인 민요와 향토 무용 그리고 기타 반주 세 가지가 일체가 되어 만들어진 민족예술로 노래와 춤, 악기 연주 등의 복합예술이다.

이번 공연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레티로 플라멩코> 팀이 출연했다. 10년 전에 결성된 이들은 스페인의 여러 페스티발을 비롯해 이태리, 멕시코, 브라질, 영국, 일본, 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를 순회하며 활동하고 있다. 첫 무대는 기타리스트 루이스 미겔이 지중해 음악의 진수가 담긴 클래식 기타 곡 '타란토스'를 연주했다. 두 번째 곡은 스페인 남부 지역 '카디스'의 전통 음악인 '아바니코 알레그리아'였다. 알레그리아란 스페인어로 즐거운 이라는 뜻으로 두 명의 무용수가 빨간 부채를 손에 들고 춤을 췄다. 플라멩코는 170년 전 스페인 남부 지방에서 생겨났고, 스페인과 프랑스 남부 지방의 히타노 집시들이 박수를 곁들이면서 시작됐다고 했다.

초창기 플라멩코는 우리나라 판소리처럼 한이 서려 있는데 정부에서 집시들이 모이는 것을 싫어해 박해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후 기타 연주와 발동작이 함께하는 춤으로 발전했다.'카스타누알레스라' 곡은 스페인 세비야 지방의 민속춤이었다가 플라멩코로 흡수된 춤으로 무용수들이 손에 캐스터네츠로 박자를 맞추면서 우아하게 춤을 췄다. 그런데 플라멩코 음악과 춤을 보면서 프랑스의 캉캉 춤이 많이 생각났다.

특히 부채를 사용하여 추는'아바니코', 네 개의 캐스터네츠를 사용하여 추는 춤'카스타누엘라스'그리고 사랑에 대한 아픔과 죽음을 노래하는'말라게냐'등 흥미로운 공연들이 오래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음악을 듣는 것은 누군가의 인생을 듣는 것이고, 음악과 춤은 엉클어진 원기를 회복시켜 주며 바쁘게 사는 우리들에게 피로를 경감시켜 준다. 플라멩코팀의 음악과 춤 그리고 악기연주는 우리의 삶에 녹아들어 영혼을 위로하고, 답답한 가슴에 감동을 느끼게 한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예술은 노력 없이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는데 플라멩코팀 8명 모두 잘 했지만 신들릴 듯한 남자 무용수의 춤사위에 모두들 열광했다. 예술적인 감성을 잘 유지하고 산 사람에게서는 인생의 향기가 우러난다고 했다. 그래서 많은 선인들이 감성을 자극하는 데는 좋은 음악과 문화를 사랑하고, 예술작품을 가까이하며 살라고 권한다. 스페인에 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멋진 복합예술의 플라멩코 공연을 볼 수 있기에 기분이 좋았는데, 오래 전 파리에서 본 캉캉 춤과 더불어 이번에 본 <플라멩코 더 패션> 공연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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