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자료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어떤 한 가지 일을 전문으로 하거나, 한 가지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전문가라고 한다면, 오늘과 같은 최첨단의 지식정보화 시대에 사는 이들은 자신의 관심분야에 관한한 전문가 아닌 이가 없을 것이다. 공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 이가 자신의 뜻을 펴느라 한 우물을 파면서 논리적인 이론도 정리되지 않은 채 그저 수많은 시행착오를 빈틈없이 엮어 학술적 전문가 못지않은 전문가가 된 이들이 적지 않다. 에디슨 같은 발명왕들의 전문성이 그랬다. 그칠 줄 모르는 탐구욕과 식지 않는 열정이 그렇게 이끌었다. 공인된 전문가의 강의나 전문서적을 통해 중간과정을 뛰어 넘어 얻은 전문가 수준의 해박한 지식과 기술을 자기화하여 활용하는 비공인의 전문가도 세상은 잘도 끌어안는다. 정보의 대중화 덕분이다.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다고 했던가.

열두 남매를 건강하게 잘 길러 국가의 일꾼으로 내보낸 육아의 달인 엄마는 이름도 없었고,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품종개량으로 식량문제를 해결해준 민족의 농사꾼들은 명함도 없었다. 전문가들을 뺌 칠 정도의 뛰어난 능력이었다고 하는데, 그 흔한 자격증 한 장도 주는 이가 없었다. 두 발에 모든 걸 맡긴 채 아름다운 세상을 마음에 그리며 불편 없이 우주를 활보하는 맹인이나 엄마천사의 목소리를 가슴에 새기며 두 눈의 촉시각으로 삶을 능수능란하게 이끄는 농아의 전문성도 수천수만의 절차와 탁마의 연속이었다. 무릎을 얼마나 벗겼으며, 마음의 상처는 또 어떻게 달랬을까!

의사가 오진을 했다고, 교수가 논문을 표절했다고, 기상대의 예보가 틀렸다고, 대장장이 집에 식칼이 없다고, 성직자가 사기를 쳤다고, 인삼 밭에서 도라지가 나왔다고, 개천에서 용이 났다고, 영아와 시신이 바뀌었다고 난리인 것은 아마도 전문가의 전문성이 크게 못 미친 결과였으리라.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고,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시고, 호박 넝쿨에 수박 달렸다고, 호랑이 그림에 고양이가 앉았다고, 양복 차림에 갓 썼다고, 커피 자판기에서 죽이 나왔다고, 조의금 봉투에 축 결혼이라 썼다고, 신입사원 면접에서 부모 함자 모른다고 낭패를 봤다니 설익은 개 복숭아였나? 낫 놓고 기역자를 몰라도 세세연년 풍년을 맞고, 백리 밖으로 팔려간 송아지를 어미 소가 찾아가고, 삭은 대못으로 실 바늘을 갈아내고, 침 한방에 죽을 사람이 살아나고, 고목에 꽃을 피우면서도 자만은 하지 않는다. 자격증과 면허증이 쥐구멍을 찾는다.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고학력의 인플레로 실업자가 속출하니 생계형 전문성 찾아 전문대학으로 회귀한다. 전문가 길러내는 곳이 전문대학인줄을 그땐 왜 몰랐을까? 이런 꼴 눈치 챈 초등학생은 벌써부터 전문학원을 노크하고, 대졸의 진 빠진 취준생도 전공 바꿔 전문가양성연수원에 등록한다. 오래전부터 전문가 육성은 필수였는데.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부러워한다. 전문성은 반드시 필요성에 이끌려 그에게 희망과 꿈을 키워주는 내일을 밝고 아름답게 열어준다. 전문성은 모난 돌이 몽돌 될 때까지 수많은 피땀의 연마를 통해 장양되는 것이다. 당신 삶의 전문가는 바로 당신입니다.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될 수 있는 것(일체유심조)이니 세상 보람 있게 다녀가려면 자신만의 전문성을 키우라고 강권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혀주는 부정형의 전문성은 깨끗이 일소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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