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위협하는 식품 알레르기…학교급식서 찾아낸다

급식 알레르기 앱 개발한 강민규 교수 / 사진= 김정미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사례1= 진호(가명, 초1)는 점심 급식을 먹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호흡곤란까지 겹치면서 결국 의식을 상실, 응급실에 실려 갔다. 진호는 평소 아토피 피부염과 천식,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었다. 원인 식품은 계란과 우유, 밀, 견과류. 이날 진호의 식단에는 쌀 떡볶이가 있었는데 밀이 소량 함유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례2= 현서(가명, 초2)도 점심 급식을 먹은 후 전신 두드러기, 얼굴부종, 구토,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 응급실에 이송됐다. 알레르기 비염을 앓았던 현서의 알레르기 원인 식품은 패류와 갑각류. 이날 급식에는 원인식품이 없었지만 메밀밥 섭취 후 증상이 발생했다. 외래에서 알레르기 검사를 한 결과 메밀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제한 식을 하면서 경과관찰 중 메밀성분이 함유된 보습제를 도포했고, 전신부종이 발생했다.

취학연령 학생들의 급성 전신 알레르기 증상(아나필락시스)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학교 급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나필락시스에 빠지면 호흡 곤란과 쇼크로 정신을 잃을 수도 있어 학생 당사자와 부모, 담임교사는 물론 학교의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학교급식 정보를 활용해 음식물 알레르기를 예방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한 현직 의사가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충북대학교병원 알레르기내과 강민규 교수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학교급식 음식물알레르기 조기 선별 및 사전경보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최근 '급식 알레르기 알리미' 어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다.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급식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으로, 9월부터 충북지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시험 운영을 한 뒤, 고도화 작업을 거쳐 내년부터 배포할 예정이다.

#알레르기 유발식품 알람 시스템

강민규 교수가 급식 알레르기 앱의 알리미 서비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김정미

급식 알레르기 알리미 앱의 가장 큰 특징은 알레르기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함께 알레르기 유발 식품에 대한 알람 기능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분당 서울대병원 장윤석 교수와 함께 시작한 프로젝트는 3년여 만에 결실을 맺었다. 메뉴는 오늘의 급식, 월간 식단, 학교소식, 식품 알레르기, 유용한 알레르기 정보로 구성되어 있다.

각급 학교에서 교육부에 보내도록 되어 있는 급식정보(알레르기 성분 표시)를 활용했다. 급식과 월간 식단은 회원 전용으로, 학교소식은 교사 전용으로 만들었다.

'식품 알레르기' 메뉴를 통해서는 알레르기 유발성분과 자가주사용 에피네프린 사용법을 소개했고 '유용한 알레르기 정보'를 통해서는 식품 알레르기, 아나필락시스, 천식,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자료를 공유했다.

'급식 알레르기 알리미'는 이용자가 18가지 알레르기 유발 성분 가운데 해당 식품을 설정하면 관련 급식이 제공될 때 자동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단수 혹은 복수 선택이 가능하며, 알람 기능 이외에도 먹지 말아야 하는 급식 메뉴의 글씨가 붉은 색으로 표시된다.

강민규 교수는 학기 초 실시하는 식품알레르기 현황 조사를 통해 누가 어떤 음식을 먹으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 지 데이터가 있지만 이것을 현장에 적용한 시스템은 없어 아쉬웠다고 앱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자녀가 3명일 경우 학생 계정을 등록하면 학부모 매칭을 통해 세 자녀에 대한 동시다발적 관리가 가능하며, 알림 받는 날짜와 시간까지 설정할 수 있다.

또한 충북대학교병원과 분당 서울대병원, 경기도 아토피·천식 교육정보센터를 핫라인으로 연결할 수 있는 부가 메뉴를 첫 화면에 추가했다.

강민규 교수는 학교별 알림장, 공지사항, 급식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앱은 기존에도 출시된 것이 있지만 급식 알레르기와 관련해 학생, 학부모, 담임교사, 영양교사 등이 포함된 알레르기 예방시스템은 '급식 알레르기 알리미'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교사들이 알아서 고지하는 것 이외에는 예방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습니다. 학생·학부모가 식품 알레르기를 스스로 조심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교 교육현장에서도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들을 올바르게 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제 연구의 목표입니다."

유비쿼터스 기술을 활용한 손쉬운 식품알레르기 예방 시스템이 바로 '급식 알레르기 알리미'인 셈이다.

#원인식품 제한이 가장 근본적 치료

"알레르기는 다른 질환과 달라서 위험 물질로부터 노출되거나 접촉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떤 음식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지도 알아야 하고 어떻게 하면 노출이 안 될 수 있는 지도 교육해야 합니다."

예방이 치료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강민규 교수가 급식 알레르기 알리미를 개발한 이유는 식품 알레르기의 경우 나이가 어릴수록 발생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식품 알레르기는 소아진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성인이 되면서 보통은 괜찮아지는데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면 알레르기 식품에 노출된 경우일 겁니다. 정상이었던 사람도 갑자기 쇼크에 빠질 수 있는 것이 식품 알레르기입니다. 자신이 어떤 식품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지 피부반응 검사를 통해 확인하고,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강민규 교수는 알레르기가 치료 가능한 질환이라는 점을 역설했다. 약물치료와 면역치료를 진행하면 체질을 바꿀 수도 있고 완치도 가능하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예방이다.

"갑자기 증상이 생기면 피부반응검사를 해봐야 합니다. 동물 때문이라면 키우지 않아야 하고, 직장 환경이 문제라면 작업라인과 부서를 바꾸는 형태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강민규 교수는 '급식 알레르기 알리미'를 어린이집과 유치원까지 확대하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야 하는 시기에 자녀에게 식품 알레르기가 있다면 부모의 고민도 이만저만 큰 게 아닐 겁니다. '급식 알레르기 알리미'가 부모들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알레르기 예방 도우미가 되길 바랍니다."

알레르기 예방 시스템 구축에 대한 강민규 교수의 고민은 최근 약물알레르기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보건복지부 연구비를 받아 진행하는 과제도 약물알레르기 예방 시스템 구축에 대한 것이다. 과제명은 '내 손안의 맞춤형 DUR: 스마트폰을 활용한 환자맞춤형 약물알레르기 예방 시스템 구축'이다.

모든 약에 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예방 대책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 가지 약제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환자는 비슷한 효과를 보이는 약제에 대해서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강민규 교수는 약제에 대한 반응성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실제 환자의 상황에 맞는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약물 알레르기 정보를 입력해 맞춤형 예방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약물에 대한 검색도 가능하고 처방전을 사진 찍어, 먹으면 안 되는 약물을 걸러낼 수도 있습니다. 충북대 컴퓨터공학과 김미애 교수와 공동 작업을 하고 있는데 내년이면 연구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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