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 윤여군 국장대우겸 영동·옥천주재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업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수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아파트를 조감도와 모델하우스를 보고 구입하다 부실시공으로 입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기 일쑤다. 현재 아파트 공급방식이 '선분양제'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화성 동탄 신도시 아파트의 부실시공 사례는 선분양제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 아파트는 18개동 1천316세대에서 8만건이 넘는 하자가 발생했으나 입주 5개월이 지나도록 하자보수가 답보상태에 머물러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사회문제가 됐다. 급기야 남경필 도지사는 부실시공 관행을 뿌리뽑겠다며 아파트에 '현장시장실'을 설치하고 시공사와 감리에 대한 영업정지, 벌점 부과 등 제재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선분양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만일 후분양제로 했다면 이같은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었을까. 부실시공은 주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협하는 심각한 불법행위이다. 그럼에도 하자발생은 입주민들과 아파트관리자들에게 당연하게 받아 들일 정도로 만연돼 있다. 하자보수는 통상 2년의 기간을 정해 건설사가 책임 보수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공동주택관리법에는 사업주체의 하자보수 불이행시 1차 300만원, 2차 400만원, 3차 500만원의 과태료 부과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하자처리에 대한 규제가 미흡하다 보니 건설사들로부터 주민들의 안전과 편의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고 하자보수도 늑장 처리되고 있다.

하자 발생에 대한 늑장대응에도 집값하락을 우려한 주민들은 공개적인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대부분의 아파트 분양은 건설사가 분양대금을 먼저 받고 착공 2~3년 후 준공하는 '선분양제' 방식이다. 건설사는 공사자금을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고 입주자들은 아파트 구입자금을 2~3년 동안 나눠 부담하는 잇점이 있다.

하지만 선분양제는 부실시공과 하자발생, 투기 등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정동영의원은 "후분양제는 공급자 특권으로 만들어진 거품을 제거하고 시장경쟁의 원리에 맞게 개혁하는 것"이라며 후분양 의무화를 담은 주택법개정안을 지난 3월 입법발의 했다. 아파트 건설공정이 80% 정도 도달한 이후부터 건설사가 입주민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건설공정이 80% 이상에 이르면 소비자가 아파트 외관이나 마감재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하자나 민원이 줄어 든다.

특히 후분양제는 분양권 프리미엄 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의 개입과 부실시공 논란을 방지하고 비교적 정확한 공사비용을 산출할 수 있어 적정한 분양가 산정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같은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건설사는 드물다. 옥천군에 아파트를 공급하는 ㈜지엘건설이 '옥천 지엘 리베라움'을 선시공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한다. 이 아파트는 지하1층, 지상 14~20층, 총 446가구로 전용면적 66㎡, 77㎡, 84㎡를 오는 10월 선착순 분양 모집한다.

윤여군 국장대우겸 영동·옥천주재

당초 선분양 방식을 선택했던 이 건설사는 주민들의 불신으로 분양율이 저조하자 책임시공을 하겠다며 계약금을 반환해 주고 후분양으로 전환했다. 아파트 후분양제는 지난 참여정부 때 도입을 추진하다 무산된 바 있다. 중소건설사의 경우 분양대금을 받지 않으면 공사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울 뿐아니라 입주민 입장에서도 비용부담도 가중된다는 현실적 한계 때문이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후분양제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통해 "가장 비싼 물건을 보지도 못하고 사는 건 시장논리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선분양제는 주택이 부족했던 1980년대 건설경기 활성화와 주택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도입했지만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은 현 상황에서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의 질을 높일 때가됐다. 공급자 중심의 비정상적인 주택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로잡는 정상화를 추진해 건설사의 독점적 지위에서 발생하는 공급가의 거품을 제거하고 시장경쟁의 원리에 맞도록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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