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상영 유원대 경영학과 교수

/ 클립아트코리아

핵심인재가 기업의 운명을 결정한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모든 조직에서 사람이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로 인식되어 왔다. 12척의 배로 133척의 왜구를 물리친 임진왜란의 영웅인 충무공도 우리 역사의 운명을 결정지은 인물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언제나 구성원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에서 추진하는 핵심인재에 투자정책은 매우 혼란스럽다. 기업의 전폭적 투자를 받은 핵심인재가 오히려 기업에게 치명적인 손실을 입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큰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성장 통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재에 대한 재정적, 시간적 투자를 해온 경영자에겐 매우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 있다. 비근한 예로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성장한 인재가 경쟁회사로 이직하거나 창업을 하는 경우이다. 경쟁회사 이동에 대한 규제법이 마련되어 있지만 법을 피해가는 교묘한 방법을 취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방지 효과는 없다. 또한 법은 대체적으로 노동자의 편에서 규정화되어 있으므로 기업이 손해 배상을 받을 방법은 거의 없다.

기업에서 벌어지는 현상만 놓고 보면 핵심인재가 기업을 쥐락펴락한다는 얘기가 된다. 기업의 성장을 위해 투자한 결과가 오히려 압박으로 돌아오는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을 막을 방법은 없는가. 물론 이러한 현상은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특별히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듯이 이러한 현상은 다분히 중소기업의 문제이다.

핵심인재로 키워준 기업을 등지는 일은 특별한 개인 사정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세 가지 이유이다. 첫째는 자신의 핵심 자산을 통해 더 큰 기업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둘째는 그동안 자신이 느껴보지 못한 회사 내에서 자신의 비중에 빠져드는 일이다. 핵심인재 자체가 무기가 된 것이다. 셋째는 성장한 핵심인재를 통제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부서장과의 갈등이다. 또 다른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현장에서 분석해보면 대체적으로 위와 같다. 핵심 자산을 이용해 큰 기업으로 가거나 창업을 하게 되면 바로 경쟁자로 변하게 된다. 인재 육성에 재원을 투자한 기업으로서는 황당하지만 막을 방법이 없다. 핵심 인재 육성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각종 서약서를 받기는 하지만 법적 효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회사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상황이 발생하면 퇴사 처리를 미루는 방법이 있다. 이를 통해 퇴직금을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핵심 인재로 키워 놓으니 회사를 향해 협박하는 사례가 많다. 당연히 임금을 올려달라는 신호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장기 플랜으로 계획해야 한다. 일단 요구를 들어주고 핵심 인재 풀에서 제외시킨다. 그리고 그가 익힌 능력을 시스템적으로 빼내야 한다. 다음은 핵심 인재가 된 직원을 관리하기 버거운 부서장의 문제이다. 이것은 잘못된 조직 구성에서 발생되는 것이다. 핵심인재를 관리하는 부서장은 핵심인력이어야 하므로 핵심인재 관리가 어려운 부서장 임명은 없어야 한다.

오상영 유원대 경영학과 교수

이와 같은 스토리가 식상할 수 있겠지만 현장에서는 절실한 이야기이다. 노동자의 노동은 신성한 것이다. 노동을 통해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것은 인류 역사를 통해 가장 소중한 가치이다. 따라서 노동에 대한 대가를 논하고 싶지 않다. 다만 배은망덕한 현실에 대해서는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론적으로 사람 중심의 기업 문화는 시스템 중심의 기업 문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다고 한다. 따라서 기업문화는 사람중심이 되어야겠지만 조직관리는 시스템을 지향해야 한다. 벽돌 한 장이 빠져도 담장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면 사람에 대한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기업도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냇가에 물고기가 몰려들게 하고자 한다면 큰 웅덩이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도 물길 따라 흘러가는 물고기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물고기가 장시간 머물게 하고 싶다면 큰 웅덩이를 만드는 길밖에 없다. 기업은 이러한 핵심인재 유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일시적인 방책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다. 1993년 삼성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체제를 발표할 당시 1순위로 주장했던 것이 조직문화개선이다. 종업원들의 가치관과 철학적 사고, 자신에 대한 존재 가치, 그리고 사회와 관계의 중요성 등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월 2회(6시간) 이상의 지속적인 조직 행위에 대한 인성 학습, 올바른 가치관의 정립, 태도와 갈등 관리, 리더십 행동에 대한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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