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업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걷기가 주는 즐거움의 유혹에 빠졌다. 걷기는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반응으로 사유를 이끈다. 초저녁 풀벌레들의 위풍당당한 울음소리를 들으며 역동적인 삶을 꿈꾼다. 탄성과 함께 마주하는 저녁노을에서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심란한 마음을 다독이고 얽히고 설킨 생각들을 바로잡는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마음에 다가온 경이감으로 힘들고 지친 영혼과 심신을 위로받는다. 말랑말랑하던 종아리 근육이 단단해 지는 것도 기분 좋다.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일상의 작은 기쁨들을 회상하며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행복은 살그머니 왔다가 소리 없이 사라진다. 작은 기쁨과 순간의 즐거움을 감지하지 못하면서 행복한 삶을 꿈꾸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살면서 심장이 두근대는 행복한 순간을 제 것으로 꽉 틀어쥐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인생에 행복은 요원하다. 작은 것에 만족하고 감사할 줄 알면 불행은 줄고 행복이 찾아든다. 서은국 교수는 "행복은 생각이 아니라 감정이며 저축되지 않는다. 한 번 큰 기쁨을 느끼기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게 행복 관점에서 더 유리하다."고 말한다.

행복과 불행은 내 마음의 상태다. 장석주 작가는 "행복은 물건이나 조건이나 상황의 산물이 아니다. 행복은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받아들이고 느낄 줄 아는 능력의 문제다. 행복은 느낌이고, 그 느낌을 잡고 향유할 줄 아는 능력이다. 그래서 아무나 행복할 수가 없다. 많이 가져서 행복한 게 아니라 가진 것의 진정한 가치를 앎으로 행복하다. 적게 가져서 불행한 게 아니라 가진 것의 기쁨을 몰라서 불행하다."고 말한다.

행복은 내 몸과 인생에 지닌 것을 찾아 누리고 지켜내는데 있다. 행복은 행복요인을 지켜내지 못하는 사람 곁에는 절대 머무르지 않는다. 행복은 한 번 토라지면 행복을 지켜내지 못한 사람의 손길을 치가 떨릴 만큼 냉정하고 매몰차게 뿌리친다. 행복은 내 손에 쥔 것의 소중함과 위대함을 마음속에 담고 사는 사람에게 후하다. 새로 갈망하는 것을 줄이고 손에 쥔 것들의 가치를 지켜내는 일상에 행복이 있다. 행복하지 않으면서 행복하다고 착각하거나 행복한 척 해서는 진짜 행복을 누리며 살기 어렵다. 가족과 자신을 속이지 않으며 사는 진정한 시간들과 본질에 몰입하는 생활방식에 더 큰 행복이 머문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행복은 불행이 아닌 행복과 짝을 이룬다. 인생을 지탱해주는 중심축이 흔들려 행복이 깨지는 찰나 다른 축에서 느끼고 있던 행복도 도미노처럼 깨진다. 건강을 잃으면 건강할 때 누렸던 행복지수가 뚝 떨어져 행복을 느끼며 살기 어려운 이치와 같다. 행복은 행복가치를 아는 사람의 삶속에 머물고 행복을 업신여기는 사람의 인생에는 얼씬하지 않는다. 내 곁에서 떠난 행복을 돌아오게 하려면 몇 갑절의 노력과 시간을 써야 한다. 행복이 마음과 일상에 머무르도록 꽁꽁 붙잡아 두는 지혜가 행복인생을 만든다.

행복은 흔들림 없는 고요한 마음과 한결같은 마음에서 온다. 공자는 "선한 사람을 내가 만나볼 수 없다면, 한결같은 사람이라도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세상의 이치를 꿰고 삶의 근본에 대한 통찰이 깊어져 한결같은 마음과 흔들림 없는 일상으로 채워지는 삶속에 행복이 넘친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 짙은 그리움으로 채워지고, 잃고 나면 후회가 되는 일들은 행복요인임에 틀림없다. 삶과 인생의 소중한 가치들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켜내며 사는 시간 속에 행복이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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