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업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지난 7월말 수출실적이 전월대비 19.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한반도 사드리스크에 따른 중국발 무역보복조치 등과 함께 세계경기부진, 유가하락 등 어느 것 하나 수출비즈니스 환경에 긍정적인 요인이 없다. 그럼에도 최근 수출실적은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에서도 우리는 평균의 함정에 빠지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수출위기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반도체와 조선업 분야를 제외하면 아직까지도 심각한 수준이다. 반도체와 조선업은 전월대비 각각 57.8%, 208.2% 증가하였으나, 두 개 산업을 제외할 경우 수출증가율은 2.8%에 불과하다. 반도체와 조선업 분야는 모두 대기업이 수출을 주도하고 있으며, 특히 조선업의 수출상승은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16 회계연도 결산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 2만5천여개가 지난 한 해 동안 수출실적이 전무한 '수출중단기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수출시장에 신규 진입한 중소·중견기업 2만7천60개사와 유사한 수준이다. 2014년 1천934억 달러였던 이들 기업의 수출실적은 지난해 1천863억 달러로 3.7%(71억 달러) 감소하였다. 내수에 치중하는 중소·중견기업을 수출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하여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이들 기업 수출지원으로 투입되는 사업비는 연간 1,000억원대 이상으로 추산된다. 그런데도 개선되지 않는 중소·중소기업의 수출실적은 무엇 때문일까?

이는 근본적으로 프로그램 기획단계에서부터 잘못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가협상에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게는 일정부분 가격보조 정책을 펼칠 수 있고, 고액의 물류비가 필요한 기업에게는 물류비지원 정책으로, 인지도가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에게는 브랜드 홍보 마케팅비를 지원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수출 초기에 필요한 지원뿐만 아니라 수출계약 성사 직전에 필요한 것들을 공격적으로 지원해주는 탄력적 프로그램이 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일반적인 수출지원은 해외전시회 및 박람회, 무역사절단, 무역상담회, 해외직판장 등 바이어와 접촉 기회를 늘리는 프로그램이 있고, 외국어 홍보자료제작, 해외인증취득 등 해외진출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 어느 것 하나 수출을 위하여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수출계약이 성사되는 직접적인 작용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항상 의문점이 남는다. 왜냐하면 위에 언급한 프로그램들은 수출과정에 있어 극히 초기에 해당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바이어를 찾기까지도 많은 시행착오가 있고, 바이어가 매칭되더라도 수없이 많은 협의가 필요하고, 수출계약을 앞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여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물류비를 누가 부담할 것인지, 최저 공급량을 어느 정도 할 것인지, 대금 결재방식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수없이 많은 조건들이 당사자 간 충족된 후에야 수출이 이루어진다.

특히 지방이 바이어를 끌어들이고 매칭하는 것은 더욱 어려움이 있다. 또 중소·중소기업의 제품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바이어 입장에서는 브랜드 인지도가 없는 제품에 대한 현지 마케팅을 시도하기 쉽지 않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물건을 판매한 이후 현지 마케팅 비용을 부담하는 것에 대하여서는 곤란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입장 차이가 결론적으로 중소·중소기업의 수출에 대한 장애물이다.

충북테크노파크는 바이어 발굴을 통해 기업과 매칭하는 동시에, 특히 수출에 임박한 기업을 대상으로 샘플, 물류, 마케팅 등에 대하여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 기존에 없었던 수출지원 방식이기에 지원범위, 지원금액, 정산 문제 등 행정적 부분부터 다소 생소한 면이 있지만 세계한인무역협회(OKTA) 등 해외 민간 네트워크와의 활발한 교류를 통하여 새롭고 효율적인 수출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수출의 길은 험난하다. 수출지원기관은 수출을 위한 허들, 마라톤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야 할 것이다. 수출에 성공한다는 것은 곳곳에 장애물이 숨어있는 42.195km 보다도 거리가 긴 마라톤이며, 이런 허들 마라톤 선수를 앞에서 당겨주고 뒤에서 밀어주면서 골인지점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함께 달리는 것이 수출지원기관의 역할이다. 아인슈타인은 매일 같은 행동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사람을 어리석은 자라 정의 내렸다. 중소·중견기업은 수출 향상을 위해 제자리에서 맴돌지 말고 보다 강인한 체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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