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업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저성장 기조 탈출과 일자리 창출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한 창업이 열기를 더하고 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설법인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6월) 대비 가장 크게 증가(12.1%)했다. 새 정부가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늘어나는 혁신 창업국가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이후라서 그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청년층(15세~29세)이 느끼는 체감실업률은 악화된 채로 지속되고 있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실업률은 전년과 같은 3.5%를 기록했지만 청년실업률은 9.3%을 나타냈다. 잠재구직자를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22.6%까지 높아졌다. 달아오르고 있는 창업 열기가 청년실업률을 낮추는 선순환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다양한 창업지원 정책들이 추진되면서 우리나라의 이 부문 경쟁력은 꾸준히 향상되어 왔다. '06년 175개국 중 116위에서 '16년 190개국 중 11위로 대폭 상승했다. 벤처기업 수가 3만개를 넘어서며 창업 규모면에서도 국제적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도 대기업 위주의 경제 패러다임에서 경쟁력 있는 중소벤처기업을 육성, 자생적 성장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청년들의 취업난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창업이 고려되고 있다.

그러나 20대(29세 이하)의 청년창업 환경은 취약하기만 하다. 양적인 면에서 창업 수가 줄고 있으며 구조 측면에서도 '혁신'과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금 조달과 회수 등 금융 접근 기반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지원 정책의 초점을 기존 대기업·중견기업에서 창업기업으로 바꾼다고 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다. 젊은이들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통해 국면 전환의 시발점으로 삼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창업(Start-up) 붐을 이룬 외국 사례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아직도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이에 대한 투자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렇지만 성공하는 스타트업은 여전히 극소수에 불과하다. 창업도 중요하지만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성장(Scale-up)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우선 창업정책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시장 진입이 비교적 쉬운 생계형 서비스업보다 혁신형 스타트업으로 적극 유도해야 한다. 나아가 스타트업을 고성장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육성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민·관의 역할분담을 재설정해야 한다. 민간을 중심으로 벤처 캐피탈 및 엔젤 투자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대학은 준비된 인재를 공급해야 한다. 정부·지자체는 글로벌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M&A를 촉진하면서 절차 단순화, 실전 경험형 전문 코칭 등 고도화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단순 예산지원 정책이 아니라 시장경쟁력 제고가 급선무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창업문화 확산과 사회안전망 조성이 요구된다. 한국무역협회가 2015년 실시한 대학생·대학원생 창업인식 조사에서 창업 선호도는 6.1%로 취업(78.8%)이나 학업(15.1%)에 크게 뒤졌다. 가장 큰 창업의 장애요인은 '실패에 대한 위험 부담'(38.0%)이었다. 창업 선진국 핀란드에서는 매년 10월 13일이 '실패의 날(Day for Failure)'이다. 트래비스 캘러닉 전 우버 최고경영자의 창업과 파산 4회,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실패 경험 8회 등이 그들의 진로 개척에 족쇄가 되지 않았던 창업생태계를 벤치마킹하여야 한다. 오늘날 모든 국가와 지역에서 성장 및 고용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대안으로 창업이 꼽힌다. 충북의 경우 최근 신설법인 수에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 정도로 그 열기가 더욱 뜨겁다. 이에 기반한 성과 도출은 생산적 실패를 용인하는 토양에서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이룬 것만큼 이루지 못한 것도 자랑스럽다'던 스티브 잡스의 언급이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묘약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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