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지방경찰청.(자료 사진) / 중부매일 DB

'법과 정의의 수호자'인 경찰관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물론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더욱 늘어나고 있다. 2013년 경범죄처벌법이 강화됐어도 소용없다. '민중의 지팡이'로 불리는 경찰이 동네 주폭(酒暴)에게 얻어맞는 일이 비일비재하면서 공권력이 상처를 입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주폭을 강력히 처벌하려고 해도 법원이 기각하는 사례가 많아 경찰관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 같은 여건에선 당연히 공권력 회복은 요원하다.

주폭들이 공무집행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는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충북은 유난히 많다. 어제 중부매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충북에서 1천400여 명이 공무집행방해로 검거돼 증가율이 전국에서 2번째로 높았다. 충북의 증가율은 21.2%로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대전에 이어 두 번째였다. 몰지각한 시민들이 술 먹고 지구대에서 난동을 부리는 일은 흔 한일이 됐다. 하지만 경찰관이 이를 제재하려다가는 낭패를 당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지난 17일 경찰 내부통신망에는 서울의 한 지구대 소속 경찰관이 주폭에게 소송을 당해 5천만 원을 물어준 사연이 실렸다. 경찰관이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던 주폭을 지구대로 데려오는 과정에서 주폭의 과격한 행동을 제지하다가 목 부위를 밀쳐 넘어트려 이 남성이 전치 5주의 상해를 입었다며 고소한 것이다. 경찰은 취객을 폭행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징역 6개월을 선고 받아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례적인 선고가 아니다. 경찰은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주폭에 대해 엄벌을 요구하지만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률은 오히려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2년간 충북의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률은 13.'%, 13.9%였지만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률은 2015년 16.9%(9명 기각)에서 지난해 30.6%(23명 기각)로 2배 가까이 높아졌다. 이 같은 현상 때문에 주폭이 차량이나 흉기로 위협하거나 경찰을 구타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시각도 있다. 법원의 판결대로 경찰관에게 위해를 가하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행위를 해도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돼 피의자들이 풀려난다면 경찰의 치안질서 유지와 법집행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경우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주폭이 폭력을 행사하면 그에 대응하는 완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은 법원이 경찰관에게 독직폭행이나 독직상해를 적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때로는 과도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비판도 나오지만 법 집행자로서 경찰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지 않는다. 물론 경찰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인식도 있다. 반드시 경찰 책임은 아니지만 과거 독재정권의 하수인 역할도 했고 영화에 등장하는 경찰은 부패 이미지를 남겼다. 경찰이 법집행자로서 권위를 세우려면 자정과 쇄신이 선행돼야 한다. 이와 함께 경찰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공권력이 무너지면 사회기강도 해이해진다. 경찰이 동네북이 되는 지역에선 치안의 안정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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