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한인섭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이시종 충북지사는 23일 이낙연 국무총리를 만나 중부고속도로 확장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 총리는 이날 국회 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라 국회에서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2014년 6월 이시종 충북지사(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와 윤진식 전 대통령실장(이명박 정부)은 충북지사 선거에서 제2경부고속도로(서울~세종고속도로) 충북 경유와 중부고속도로 확장 사업을 놓고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걸다시피 했다. 충주 동향이자 고교 동창생인 두 후보는 여태 충북의 SOC분야 핵심 쟁점이자 논란이 그치지 않는 두가지 사업에 대해 서로 다른 해법을 갖고 도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후보였던 윤진식 전 대통령실장은 중앙당 공약이었던 제2경부고속도로를 조기 건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여기에다 충북을 경유할 수 있는 방안도 관철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시종 지사와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은 제2경부고속도로 계획에는 충북 경유가 배제돼 있다는 점과 건설 되더라도 '세종시 빨대효과'를 가속화 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이 지사는 당시나 지금이나 중부고속도로 확장에 승부를 걸었다. 6조 7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제2경부를 추진할 게 아니라 20%만 들여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중부고속도로 확장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 후보의 공방은 치열했다. 토론회와 성명서를 통해 난타전이 벌어졌다. 새누리당은 당시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이 나서 "제2경부고속도로 노선이 충북을 경유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며 지원사격을 했다. 윤진식 후보 진영은 이 지사가 중앙당(새누리당) 공약에 '충북 경유'가 명시돼 있지 않다고 주장한 점을 문제삼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라며 청주지검에 고발하는 촌극도 벌였다. 정작 세종보다 충북이 제2경부고속도로를 놓고 열을 올렸다.

벌써 3년이 넘은 일이다. 정치적 공방은 잦아 들었다. 대신 정부와 국회를 통해 정책적 건의를 내놓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제2경부고속도로는 '서울~세종 고속도로'라는 명칭으로 변경됐다. 2015년 말 박근혜 정부에서 국토부 한차례 민자사업 추진 방침을 밝혔으나, 결국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정사업으로 결정됐다.

중부고속도로 확장 사업은 어떤가. 2016년말 국회 심의 과정에서 타당성 재조사 결과에 따라 정부예산에 반영한다는 취지의 '부대의견'을 달았던 것을 제외하면 달라진 게 전혀 없다. 타당성 재조사 결과가 나와야 할텐데 감감 무소식 이다.

한인섭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문제는 민자사업 개념이었던 서울~세종 고속도로 사업이 정부 재정사업으로 전환되면서 '타당성 재조사'에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23일 이낙연 국무총리를 만난 이시종 지사는 "타당성 재조사 결과에만 얽매일 게 아니라 사업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읍소하다시피 했다. 중부고속도로 사업이 제자리 걸음을 하자 일부 전문가들은 SOC 사업 타당성 조사에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평가 항목을 넣어 사업이 가능한 방식을 찾을 수 있는 길을 터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을 정도이다.

문제는 '중부 확장' 사업을 살갑게 여길 것 같았던 문재인 정부의 태도가 영 심드렁한 것이다. 지방이나 중앙이나 정·관가는 이제 내년 지방선거를 향해 치닫을 게 뻔하다. 청주권 일각에서는 중부 확장과 별개로 2014년 지방선거 국면에서 윤진식 전 실장이 주도했던 서울~세종고속도로 청주 경유 주장도 있다. 정쟁의 파편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정쟁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많다. 충북 출신 김동연 경제부총리나 이낙연 국무총리가 충북의 예산 확보 요구를 강건너 불구경 하듯 눈만 껌뻑여서는 안된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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