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이유정 후보자가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7.08.28. / 뉴시스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지명 25일 만인 지난 1일 자진 사퇴한 것은 때 늦은 감은 있지만 올바른 선택이다. 그는 최근 일련의 대박주식투자 내용을 보면 법 위의 법인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헌법재판관을 맡기엔 너무 큰 흠결을 갖고 있었다. 단기간에 거액의 주식시세차익에 공감할 수 있는 서민들이 몇 명이나 될까.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다면 정권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향후 헌법재판소 판결 결과가 공신력을 갖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이런 인물을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한 청와대 인사 검증기준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헌법재판관은 한 시대를 대변하는 헌법의 수호자다. 단순한 개인적 다툼에 대한 판단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가치관과 관습까지 고려해 헌법을 토대로 판결 한다. 그래서 이념적으로 균형감이 있어야 하고 도덕적으로 투명해야 한다. 법관으로서 최고 명예직으로 꼽히는 것도 바로 엄중한 임무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검사직에서 2년 만에 스스로 물러나 변호사를 개업한 뒤 20년 넘게 다양한 공익소송을 맡아온 이 후보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여성인권위원장을 맡는 등 여성인권 강화 활동에도 힘써 온점이 후보가 되는데 참작됐을 것이다. 그는 과거 특정 대선후보·서울시장을 공개 지지하는 등 뚜렷한 정치 성향을 보여 온점 때문에 우려의 시각도 있었으나 청문회에서 "중립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장관급 예우를 받는 헌법재판관 후보로서 '유정 버핏', '헌법재판관이 아니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으로 기용해야 한다'는 비판여론이 난무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 코스닥·비상장 주식투자로 최근 1년 6개월 사이에 12억2천만 원이라는 거액의 이익을 거두고 특히 가짜 백수오 파동의 중심에 섰던 내츄럴엔도텍 주식으로 5억여 원의 차익을 남긴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힘든 정황이다. 무엇보다 내츄럴엔도텍은 이 후보자 소속 법무법인이 관련 사건을 수임한 것이 밝혀졌다. 이 후보자가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투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사안이다. 마침 바른정당 오신환 의원이 금융위원회에 이 후보자의 주식거래 의혹을 조사해달라는 진정을 제기했다. 많은 국민들이 주식투자로 단기간에 돈을 벌 수 있는 배경을 궁금해 하고 있다. 금융위는 철저히 조사해 불법여부 가려내야 한다.

또 수차례 부실검증 논란에도 청와대는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 낙마한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강제 혼인 신고나 음주 운전 전력 등을 고백한 언론 기고문이 청와대 검증 과정에서는 걸러지지 않았다. 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만취 음주운전 전력도 지나쳤다. 더구나 대박주식투자로 여론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은 이유정 후보자에 대해서도 검증여부를 의심하고 있다. 새 정부가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검증보다는 '코드 인사'에 주력한 것이 잦은 낙마를 가져왔다. 새 정부는 출범초기 피우진 보훈처장 임명으로 박근혜 정부와는 다르다는 평가와 함께 국민들의 신뢰를 받은 것을 거울삼아 초심으로 돌아가 국가에 기여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을 엄선(嚴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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