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영화 '내사랑' / 뉴시스

충북 증평읍에 살 때, 가끔씩 운보의 집에 가면 청각장애인 운보 김기창이 한국화의 대가가 되도록 뒷바라지한 어머니 한윤명과 아내 박래현이 생각난다. 운보의 어머니는 그를 이당(以堂) 김은호 화백에게 동양화를 배우도록 하고 조선미술대전에서 입선과 특선을 하도록 지원했다. 그리고 운보의 아내 우향 박래현은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하여, 비서로서, 예술의 반려자로서 말을 못하던 그에게 그림으로 성공하도록 이끌어 준 존재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가끔씩 가는 음악회에서 베토벤의 교향곡을 듣다보면, 청각장애인이 어떻게 저렇게 멋진 곡을 작곡했을까 생각을 할 때도 많다.

최근에 '내사랑'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캐나다의 나이브 화가 모드 루이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사랑에 서툰 남자 에버렛(에단 호크)과 솔직해서 사랑스러운 여인 모드(샐리 호킨스)가 운명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집에서 만나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가는 로맨스 영화이다. 주인공 모드 루이스는 태어났을 당시 보통의 아이와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8살 때부터 턱의 발달이 멈추면서 성장이 느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는 홈스쿨링으로 모드 루이스를 교육 시켰고, 어릴 때부터 창문을 통해서만 세상을 관찰하며 남들과는 다른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느 날 그녀의 운명을 바꿔 놓는 신문 광고를 보았다. 모드가 본 광고는 에버렛이라는 남자가 그의 집을 돌볼 가정부를 구한다는 것이었고, 운명처럼 만난 에버렛 루이스와 34살의 나이에 결혼했다. 모드 루이스는 에버렛과 함께 걸은 사랑의 여정을 작은 집에 그림으로 그려 넣었고, 부부가 살았던 작은 집은 현재 사랑스러운 모습 그대로 복원돼 캐나다 노바스코샤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녀의 작품 세계는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과 솔직함이 묻어났고, 비록 몸은 불편했지만, 화폭에 쏟아낸 내면의 기쁨만큼은 누구보다도 생기발랄하고 선명했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교사시절 새 학기가 되면 희망반인 특수학급 소속의 장애우가 1~2명 배정 될 때가 있다. 대학과 교육청에서 특수아동에 대하여 교육을 받았지만 담임으로서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장애아동은 교과과정이나 식사, 체육활동 등 별도로 챙겨야 할 것이 많다. 정상적인 아이들도 다양한 재능교육을 익히려면 어려운데 특수 아동은 부모나 재능봉사자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장애우들 중 유명한 사람이 된 사연을 보면 그 주변에는 그들을 헌신적으로 돕고 잘 버티게 한 사람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영화 주인공 모드가 장애를 딛고 성장한 이면에는 그녀의 어머니 홈스쿨링 덕분이다. 그리고 주인공 나이브 화가 모드와 생선장수 에버렛이 아름다운 사랑을 이루어 낸 것은 피나는 노력의 결과가 아닐까 한다. 운보가 대화가가 되도록 지원한 어머니 한윤명과 우향 박래원이 있듯이 주변에 장애우를 보면 좀 더 따뜻하게 자립하도록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 국내에 자동차가 2천만대가 넘어 교통사고도 자주 나고, 고령화시대로 당뇨나 고혈압 등 성인병으로 후천적 장애자가 가까운 이웃이나, 가족, 친지, 지인 중에도 많아졌다. 우리 모두 주변을 돌아보며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고 배려하며 재능 봉사로 돕는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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