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윤종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23일 오전 경기 의정부교도소에서 2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친 후 만기 출소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07년 열린우리당 대선 경선을 앞두고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 2015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2017.08.23. / 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인사파괴가 사법 분야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넓은 의미의 국가 사법권을 행사하는 검찰과 법원 등의 책임자와 주요 직위에 개혁적인 인사들을 연이어 임명하거나 지명하고 있다. 취임 초 검찰 인사에서 고검의 평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전격 임명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를 거듭하였고, 최근에는 법무부 법무실장을 검사가 아닌 판사출신의 변호사로 임명하여 법무부의 문민화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기 시작하였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인사에 있어서도 최초의 여성 법원행정처장을 임명하는가 하면, 헌법재판관 후보로 판검사 출신이 아닌 진보적 여성 변호사를 지명하였으며, 마침내 대법원장 후보로 대법관의 경험이 없는 지방법원장을 지명하기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종전의 관례와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 넘는 파격의 연속이다.

이와 같은 혁신적인 인사는 그동안 국민들이 갈망하는 사법 분야의 적폐를 청산하고 사법개혁을 조기에 완수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굳은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무엇보다 인적 쇄신을 통해 여전히 국민들의 시각과는 동떨어진 자기들만의 리그로 운영되어 온 사법 분야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그동안 지적되어 온 비민주적 요소들을 개선하여 국가권력 작용의 민주화를 도모하고자 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파격적인 인사를 두고 여당과 진보진영은 사법개혁의 적임자들을 임명했다고 박수와 지지를 보내는가 하면, 야당과 보수진영은 편향적인 코드인사이며 인사를 통해 사법기관을 장악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국가의 사법권을 관장하는 검찰과 법원의 구성 및 운영시스템을 민주적으로 혁신하여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한다는 사법개혁은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 주요 국정계획으로 수립되고 추진이 시도되었으나 아직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오래된 과제이다.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조정하여 상호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도록 하고, 법원의 경우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사법행정권을 적절히 분산시키며 사법에 관한 정책결정기능과 집행기능을 조정하여 사법절차의 민주화와 적정화를 도모하는 것이 사법개혁의 핵심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국가행정에 있어서 대통령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된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도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나아가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으로 분산시켜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국가운영체계로 전면 개편하여야 한다고 하는 헌법 개정 움직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사법개혁의 핵심은 무엇이고,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가? 국가의 바람직한 사법권은 그 구성과 운영의 민주적 절차와 방식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하드웨어적 장치는 물론 실제 사법권한을 담당하고 행사하는 구성원들의 인식과 관행 등 소프트웨어적 측면의 요소들이 합리적으로 갖추어지고 작동될 때만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 따라서 사법개혁의 추진에 있어서는 이와 같은 측면을 고려한 접근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법개혁은 사법권을 관장하는 주요 책임자들에 대한 인사를 그동안의 관행에서 벗어나 파격적으로 단행하고 개혁적인 인사들로 채운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사법기관을 믿고 신뢰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이들이 사법권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감시하고 지원하는 국민들의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윤종민 교수

최근 한명숙 전 총리의 만기출소와 관련한 집권여당 대표의 발언을 두고 사법권의 훼손이냐 아니냐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아무리 정치적인 수사라고 하더라도 적법한 절차에 따른 수사와 재판과정을 거쳐서 내려진 사법기관의 결정을 전면적으로 배척하는 행위는 자칫 사법기관의 기능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서 비춰질 수 있으며, 여야를 막론하고 사법기관에 대한 정치권의 과도한 평가는 올바른 사법권 행사를 방해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법개혁의 출발은 내부 운영시스템을 혁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부로부터의 불합리한 사법권에 대한 개입과 간섭의 차단, 특히 정치권으로부터의 사법권 행사의 독립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정권교체나 인사권자의 생각 등 어떠한 조건과 영향에도 얽매이지 않고 헌법에 규정된 대로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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