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성범 수필가

충북 제천시 봉양읍 자양영당 의병탑 앞에 있는 을미의병 상 / 뉴시스

며칠전 '의병 복식전'이 제천시민회관 전시실에서 열렸다.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무거움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일반적인 작품 전시회와는 사뭇 다른 감정이 이었다. 사진 한 작품 한 작품, 의복 한점 한점마다 의병의 숭고한 얼이 스며져있음을 나도 모르게 실감할 수 있었다. 전시된 사진에는 초기의병들의 모습, 의병투쟁 무명용사와 의병들이 사용한 각종 무기류, 제2차 의병투쟁당시 의병들의 모습, 태극기 아래서 항일운동 의지를 굳게 다지는 광복군, 입영을 앞두고 고향집에서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는 농촌 출신 젊은이의 모습, 일본군에 잡혀 이송되는 의병의 모습, 조선의 젊은이들이 학도병으로 끌려가 훈련을 받는 모습이외도 여러작품이 게시되어 있었다.

의병들의 의병의 복식을 재현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제천의병을 전기후기로 볼 때 전기는 단발령과 명성황후의 시해로 일어난 민병으로 평민과 유생이 중심이었다. 후기는 고종의 강제퇴위로 인한 봉기로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평민들의 의복은 당시 외국인기자가 찍어 남아있는 사진을 중심으로 전시하였으며 2016년 문화제청 등록문화재로 등록된 의암 류인석 선생의 심의를 복원하였다.

이에 제천문화원은 구한말 제천의병의 송고한 정신을 기리고 조상의 얼을 드높여 백의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전시회 제목을 '백의민족 역사의 옷을 입다'로 정했다. 무릇 의병은 나라가 외적의 침입으로 위급할 때 외적에 대항하여 싸우기 위해 백성들이 스스로 만든 군대를 말함이요, 이처럼 자발적으로 봉기한 의병은 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특히 의암 유인석 장군은 강원도 춘천부 남면 가정리에서 출생하여 화서 이항로 문하에서 대학자로 성장하여 화서선생의 학맥을 계승하고, 제천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위정척사와 구국항일사상을 고취시키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의암선생은 54세의 노령에도 불구하고 호서의병대장으로 추대 되었다. 책을 던지고, 칼을 잡은 유인석장군은 추상같은 군율로 오합지졸인 3,000여 명의 의병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하여 한때 영월, 제천 청풍, 단양, 충주 등지를 점령하고 친일 관찰사, 군수 등을 처단하는 등 대 전과를 올렸으나 시일이 지나면서 관군과 왜군의 반격으로 실패하였다. 국내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 유인석 장군은 중국대륙으로 또는 러시아대륙으로 전전하면서 오로지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20여 년 동안 항일구국 투쟁을 전개하다가 1915년 1월 29일 중국 관전현 방취구에서 조국의 독립을 보지 못한 채 한 많은 세상을 떠나셨다.

이성범 수필가

민족혼과 의병의 숭고한 정신이 서려있는 사진과 의복을 보고 있노라면 나의 눈빛은 빛나는 것 같았으며 두 손과 두발에는 강한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을 느낄 수 가 있었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우리 주역들이 역사를 바로 안다는 것은 그 민족의 정체성을 바르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제천의병의 숭고한 의병정신을 기리여 나아감은 물론 나라사랑의 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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