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해 중에 해외연수를 강행하고 막말로 물의를 빚었던 도의원들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할 충북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가 4일 도의회 예결위회의장에서 비공개로 열렸다. /김용수

혹시 했으나 역시였다. 충북도의회는 쇄신보다는 제 식구 감싸기 식의 온정주의를 택했다. 도의회는 어제 윤리특위 의결대로 국민을 '레밍(들쥐의 일종)'으로 비유해 전국적인 물의를 일으켰던 김학철(충주 1) 의원에게 도의회 출석정지 30일을 결정했다. 사상최악의 수해에도 불구하고 유럽연수를 떠나고 그것도 모자라 국민을 비하하는 막말을 쏟아낸 도의원에 대한 징계치고는 싱거울 만큼 약했다. 김 의원과 같이 유럽연수에 나섰던 박봉순(청주8)·박한범(옥천1) 의원에 대해서는 '사과'하는 선으로 정리했다. 도의회는 중징계를 통해 바닥에 떨어진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

김학철 의원은 이미 수차례 막말과 폭언으로 도의원의 자질을 의심케하고 도의회의 품위를 손상시켰다. 윤리특위에 상정된 것도 올들어 두번째다. 지난 2월엔 탄핵 무효 충북 태극기집회 찬조연설에서 "대한민국 국회와 언론, 법조계에 미친 광견병들이 떠돌고 있다. 사람에 위해를 가하는 미친개들은 사살해야한다"고 주장해 커다른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당시에도 윤리특위는 재발방지 약속과 유감을 표명했다며 김 의원을 징계하지 않았다. 윤리특위가 제 역할을 못하다보니 더 큰 설화(舌禍)가 등장했다. 특정집단을 미친개로 매도한 것도 모자라 국민을 들쥐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김 의원은 이번에 30일 출석정지 징계를 받더라도 사실상 의정 활동이 제한되는 것은 이번 임시회 기간인 11일까지 7일에 불과하다. 다음 회기인 제359회 임시회는 다음 달 12일로 잡혀있어 징계 기간이 끝난 뒤에 열린다. 충북도의회가 결국 징계 7일짜리 면죄부를 주면서 앞으로 김 의원의 입에서 어떤 막말과 폭언이 쏟아질지 주목된다.

김 의원은 이날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에게 "문재인씨 한테 하라고 하세요"라고 응수, 또 다시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이 와중에 윤리위의 징계와 본회의 의결 절차가 진행된 도의회에는 김 의원 지역구 주민과 보수단체 회원 등 50여명이 몰려 와 제명 등 징계에 반대했다. 이들은 "김학철이 무슨 잘못을 했냐"는 내용이 담긴 손피켓과 플래카드를 들었다고 한다. 내 편이라면 일반의 윤리와 상식에 반하는 막말을 해도 괜찮다는 식이다. 이런 행태가 버젓이 일어나는 현실이 놀랍다. 각 정당도 마찬가지다. 진영논리에 따라 남의 허물은 키우고 내편의 허물을 감싼다면 지방자치는 결코 성숙해 질 수 없다.

도의회 윤리특위는 자정(自淨)기능을 갖춘 공식적인 기구다. 도의원이 무책임하거나 비윤리적인 행위로 지역주민들의 지탄을 받았다면 당연히 징계절차를 통해 두 번 다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윤리특위가 제 역할을 못한다면 도의회는 언젠가는 더 거센 역풍에 직면할 것이다.

내년 6월에 실시될 지방선거가 10개월도 안 남았다. 도의회가 스스로 쇄신하지 못한다면 도민들이 쇄신시켜야 한다. 지역주민을, 국민을 우습게 아는 도의원이 거친 없는 폭언을 쏟아내고 이런 도의원을 옹호하는 도의원이라면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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