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에서 여중생들이 또래 여학생 피투성이가 되도록 폭행한 사건과 관련, 가해 학생 2명이 2개월 전에도 피해 학생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지난 1일 부산 사상구의 한 골목에서 또래 여학생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폭행하는 모습. 2017.09.04. / 뉴시스

얼마전 부산에서 한 여중생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될 만큼 폭행당했다. 14살짜리 소녀는 1시간 반 동안 여러 명으로부터 공사 자재, 의자, 유리병 등으로 머리와 몸을 100여 차례 맞았다. 소녀는 뒷머리 3곳과 입안 2곳이 찢어져 다량의 피를 흘리는 상태에서 행인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소녀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사람은 같은 또래의 여학생들이었다. 학부모라면 누구나 피해소녀의 부모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을지 알 것이다. 지난 7월에는 강원도 강릉에서 여고생 6명이 경포해변에서 무려 4시간동안 친구를 주먹과 발로 일방적으로 폭행했다. 끔찍하고 잔혹한 청소년범죄가 우리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때문에 '소년법 폐지' 여론이 뜨겁다.

청소년 폭력범죄는 어른들도 놀랄 만큼 갈수록 흉폭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서가 바싹 메말라 친구를 기절할 정도로 구타해도 죄의식도 못 느끼는 청소년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우리사회의 청소년 인성부재와 윤리교육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문제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청소년 폭력범죄의 통계를 보면 우리사회가 비정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성년자 폭력범죄는 2014년(2만1건)부터 점차 늘어나 2015년 2만36건에서 지난해 2만403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상당수는 처벌받지 않았다. 폭력 범죄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미성년자 비율은 2011년 16%에서 2016년 28%로 증가했다. 구속기소와 불구속기소로 형사재판에 넘겨진 경우도 2011년 84%에서 지난해 69%로 감소했다. 이처럼 처벌받지 않은 사례가 많다보니 재범의 유혹에 빠진다. 지난해 전체 폭력범죄에서 재범률은 36%에 달했다. 10명 중 4명은 다시 폭력을 저지른 셈이다. 특히 미성년자 폭력이 갈수록 '집단화'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지난해 미성년자가 저지른 폭력에서 집단폭행 비율은 90%에 육박했다. 이는 2011년과 비교해 50%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부산 여중생도, 강릉 여고생도 모두 집단폭행의 희생자였다. 소년법 때문에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다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소년법 폐지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소년법 개정이 청소년폭력범죄 해결의 열쇠가 될 수는 없다. 가정과 학교에선 청소년 인성교육이 부실하고 우리사회의 윤리규범도 추락하고 있다. 비행 청소년만을 탓하기 보다는 우리사회 공동체가 반성해야 한다. 일례로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막아야 할 학교전담경찰관(SPO)이 자식뻘인 여학생들을 성추행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고 초등학교 여교사가 어린이를 유혹해 성관계를 맺는 것이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청소년들이 교사와 학교전담경찰관까지 불신하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학교폭력의 피해를 입어도 홀로 감내해야 한다. 정치권은 처벌 필요성이 큰 특정강력범죄에까지 미성년자 형량 완화를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피해학생과 그 가족이 당한 고통을 감안하면 재발방지를 위해서도 청소년법은 손질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 이전에 우리사회가 어떻게 해서 미성숙한 아이들을 극악무도한 괴물로 키워냈는지 진지하게 반성하고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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