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에세이] 이난영 수필가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업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여름을 달구든 우렁찼든 매미의 울음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고추잠자리가 곡예를 하며 춤사위를 벌인다. 피부에 와 닿는 서늘한 새벽바람에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이 느껴진다.

저수지 바닥이 거북등처럼 갈라지는 가뭄으로 농민뿐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 고통을 겪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마까지 할퀴고 지나갔다. 극심한 가뭄과 기록적인 폭우를 이겨내고, 벼를 첫 수확하고 있는 괴산 들녘이 TV에 나오는데 나도 모르게 손뼉이 쳐졌다. 그 어느 해보다도 힘든 고비가 많았을 텐데도 어김없이 풍성한 수확의 꿈을 영글게 하는 농부의 손길이 위대해 보였다. 그날 종일 몸과 마음이 가볍고 행복함을 느꼈다. 꼭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과연 행복이 뭘까? 라고, 한 번쯤 고민은 해보았을 것이다. 노자는 "행복이란 신기루처럼 보이기도 하고, 하늘에 걸린 무지개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행복은 잡힐 듯, 보일 듯하면서도 찾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했지만, 돌아보면 모두가 행복이지 싶다.

요즈음 아침마다 아름다운 꽃과 함께 감성 충만한 주옥같은 글, 꽃말, 꽃에 얽힌 이야기가 배달되어 지금까지 누리지 못한 행복을 느낀다. 눈 비비며 읽다 보면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며 미소가 지어진다. 어쩜 사진도 그렇게 예쁘게 찍는지 사진작가보다 더 전문가 같다. 사진 속 꽃이 우리 집에도 있지만, 찍는 기술도 부족하고 시심도 부족하여 같은 꽃 다른 느낌이다. 사람이나 물건, 꽃도 주인을 잘 만나야 빛을 본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그런 데다, 회원들의 작품이 신문 지상에 발표되면 모두 스크랩하여 보내준다. 핸드폰으로 회원들의 작품을 언제 어디서나 감상할 수 있도록. 그건 보통 정성 가지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매일 아침 신문을 확인해야 하므로 바쁜 생활 속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다는 것은 투철한 봉사 정신과 불타는 열정이 없으면 힘든 일이다.

심금 울리는 꽃과 글이 올라오면 회원들이 풀어놓는 가슴 따뜻한 삶의 이야기가 또 다른 잔잔한 감동과 행복을 준다. 단톡방은 언제나 북적북적 마치 잔칫집 분위기로 문학회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처음에는 카톡, 카톡하고 울리는 소리가 신경 쓰여 무음으로 하였으나, 요즈음은 오늘은 어떤 꽃과 글이 올라올까 궁금해서 오히려 기다린다. 비록 댓글은 달지 못해도 삶을 일깨우는 소리로 들려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글과 사진을 올리는 사람이나 일일이 댓글 달아주는 사람 모두 행복을 주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 주위에 행복을 주는 사람들은 참으로 많다. 익살스럽게 연기하는 개그맨, 연기자, 가수, 기술자, 농부 등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은 모두 행복을 주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가족들이 가장 많은 행복을 주고, 그중에서도 귀여운 손자의 재롱이 으뜸이지만, 글을 쓰는 사람들이야말로 본인도 행복하고 행복을 주는 사람들이지 싶다.

엊그제 손자의 네 번째 생일이었다. 손자가 태어나던 날 가슴 떨리고 환희로웠던 마음을 글로 담았던 생각이 나서 찾아보니, 어제일 같이 가슴 떨리고 기쁨을 감출 수가 없다. 한 줄의 글이 이렇게 오래도록 기쁨과 행복을 준다는 것에 새삼 보람과 긍지가 느껴졌다. 행복한 순간들과 기쁘거나 슬펐던 일들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역시 아름다운 삶이란 생각이 든다.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문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끼며, 하얀 종이 위에 진솔한 언어와 글로서 자신을 표현하고, 지적 정서적 감성을 표출할 수 있기에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행복을 주는 사람들이라고 본다. 작가의 발품으로 탄생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나 '느림보의 山城 山寺 찾기'를 읽다 보면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이는 지적 갈증 해소도 되지만, 그만큼 행복을 주기 때문이지 싶다.

국화꽃 향기가 가을을 물들이고 있다. 달콤하고 쌉싸름한 향기에 행복한 미소가 지어진다. 아무것도 아닌 바람결에 전해오는 꽃향기에서 행복을 느끼듯, 행복은 많은 것을 가졌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 마음에 달려있다. 물론 밖에서 오는 행복도 있겠지만, 자기 마음 안에서 꽃향기처럼 피어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니까.

이난영 수필가

행복은 멀리 있는 그 무엇이 아니라 지극히 사소하고, 주변의 작은 것에서 더 느끼게 된다. 정원에 핀 꽃을 보고 부부가 같이 즐거워하고, 된장찌개 하나 놓고라도 미소 띤 얼굴로 마주 보며 잔잔한 기쁨과 고마움을 가지면, 그것이 진실로 아름다운 삶이고 행복이지 싶다. 누군가가 행복은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뒤에 숨어 있지도 손닿을 수 없는 먼 곳에 숨어 있지도 않다고 했듯이, 행복은 내 삶 안에 나의 일상 안에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고, 희망이 될 수 있는 행복을 주는 사람이란 생각을 해본다. 오랫동안 글을 써왔지만, 늘 부족함을 느낀다. 가슴 촉촉하게 적셔주는 진솔한 글로 우선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행복을 주고, 다른 누군가에게도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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