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배경환 변호사

/클립아트코리아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기 몇 년 전부터 북한매체에 등장하기 시작했던 앳된 얼굴의 김정은이 생각난다. 당시 국내 언론은 김정일 사후의 후계구도에 대하여 잦은 추측성 보도를 해 왔고, 우리나라 국민들뿐 아니라 전 세계 식자들은 북한 정권의 차기 통치자가 누구일지에 대하여 많은 관심들이 있었다. 언론은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과 김정철을 내세워 그럴 듯한 스토리를 만들어 갔지만 이미 김정은이 북한 매체에 등장할 무렵에는 많은 사람들이 김정은이 문제없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짐작하였다.

김정은이 2009년경 권력의 핵심요직인 북한 노동당 국방위원회 의장을 맡기 시작하였고 그 이후 '위대한 동지'의 호칭을 받으면서 아버지 김정일의 카리스마를 따라하기 시작하더니 예상대로 2011년 12월 김정일이 사망하면서 북한의 최고 통수권자가 되었다. 몇몇 언론들은 20대 후반의 풋내기 김정은이 무슨 정치를 하겠느냐고 하면서 3년 이내에 정권이 교체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하였고, 종편에 등장한 자칭 정치평론가들은 김정은을 어린애 취급하면서 조롱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김정은은 고모부이며 북한정권의 최고 실력자였던 장성택을 일거에 처형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존재를 과시했다. 또 장성들의 별을 떼었다 붙이기를 밥 먹듯하고 최측근인 최용해 등을 교화소에 보내는 등 김정은의 권력기반은 탄탄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김정은은 3년이 되지 않아 쿠데타가 발생하여 망할 것이라던 예상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몇 년 동안 김정은은 보란듯이 핵실험을 하고 ICBM을 쏘아 제낀다.

북한과 형제의 맹약을 맺고 있는 중국에서 조차도 매우 못마땅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나, 적어도 외견상은 김정은은 그 눈치를 안 보는 것 같다. 김정은의 노선은 아주 일관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쯤 되니 김정은이 두렵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두려움을 더 부채질 하는 참으로 재미있는 통치자가 있다. 태평양 건너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다. 우리 국민 들 중 많은 분들이 트럼프가 대통령에 출마하기 전부터 그 이름정도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미국의 부동산 재벌로 그가 소유하고 있는 많은 건물이나 콘도미니엄등이 대부분 그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 국내외적으로 그의 당선을 예측했던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민주주의가 성숙한 미국사회에서 탄탄한 지도력을 검증받았고,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던 힐러리 클린턴을 트럼프가 넘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않았다. 심지어는 같은 공화당 소속의 의원들 조차 트럼프의 지지를 철회할 정도로 트럼프는 미국정계에서는 이단아였다. 그런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 일견 보기에 트럼프의 행보는 일관되지 못하다는 점에서 김정은과는 많이 달라보인다. 말이 앞설 뿐 아니라 발표되는 정책들을 보면 참모들과도 잘 조율이 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전략적인 발언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의 발언은 매우 즉흥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요즘 정세를 보면 대한민국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 상황에서 김정은과 트럼프가 힘겨루기를 한다. 걱정스러운 것은 김정은의 일관성과 트럼프의 허풍이 맞아 떨어질 때 이 한반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길지 적어도 대한민국 정권 담당자들이나 국민들이 모른다는 것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김정은이 일관성을 포기하고 트럼프도 허풍을 떨지 않길 그저 기도할 뿐이다. 그런데 김정은은 이미 트럼프의 허풍과 전략을 다 눈치채고 있는 것 같다. 김정은은 이미 1994년경에 있었던 한반도 핵위기의 원인과 그 결과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배경환 변호사

우리는 김정은의 출발부터, 트럼프의 출발부터 그들을 잘못이해하고 아전인수식으로 깊이 있는 이해를 하지 못한 것 같다. 우리는 있는 현상 그대로를 인정하지 않고 그들을 정치지도자로 인정하지 못하였던 것 같다. 결국 그 결과는 무엇인가? OECD경제강국을 자칭하는 우리에게 코리아패싱이라는 참으로 듣기 거북한 말들을 들어야 하는 자존심 구기는 일들이 발생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는 그대로의 세계질서를 인정하면서 자주국방에 힘써야 할 때다. 적어도 우리 후손들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그 의지대로 국가를 운영해야 하지 않겠는가? 각자의 정치적 성향이나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모두의 일치단결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