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클립아트코리아

우리나라 자동차업계 평균임금은 세계정상을 달리는 글로벌자동차업체 근로자들이 부러워할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 5개 업체의 연간 평균임금은 9천213만원으로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1, 2위인 도요타(9104만원)와 폭스바겐(8040만원)보다 높다. 이 때문에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매출액 대비 평균임금 비중도 12.2%에 달했다. 9.5%의 폭스바겐과 7.8%의 도요타(2012년 기준)를 훨씬 상회한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올해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 '역시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받았다. 자동차뿐만 아니다. 국내 대기업 평균임금은 소기업의 3.2배에 달했다. 이는 미국(1.3배), 일본(1.6배)등 선진국보다 격차가 큰 것이다. 대·중소기업간 임금의 양극화현상으로 소득불평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어제 발표한 '기업 규모별 임금 격차 국제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대·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선진국보다 컸다. 지난해 우리나라 500인 이상 대규모 기업의 구매력 평가 지수(PPP) 환율 기준 월 평균임금은 6천48달러로 5인 미만 기업(1천894달러)의 3.2배였다. 2014년 현재 미국 500인 이상 기업의 평균임금(4천618달러)은 5인 미만 기업(3천532달러)의 1.3배, 2015년 일본 500인 이상 기업의 평균임금(3천982달러)은 5인 미만 기업(2천497달러)의 1.6배로 각각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 비해서도 임금 격차가 벌어졌다. 1980년 초중반까지만 해도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봉급은 대기업의 97%였다. 차이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한국경제가 매년 8~10% 성장하던 1960~70년대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만 해도 전체 근로자의 47%는 대기업에, 나머지 53%는 중소기업에 근무했다. 하지만 지난 2014년에는 중소기업 봉급 수준이 대기업의 60% 수준으로 떨어졌다. 제조업의 봉급은 대기업의 53%로, 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또 전체 근로자 일자리 중에서 대기업 일자리는 19%로 비중이 줄었고 나머지 81%는 중소기업 일자리이다. 근로소득의 81%가 낮은 임금의 중소기업에서 발생하니 근로소득 불평등이 악화된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기업규모별 소득불평등은 근본적으로 대기업위주의 경제구조가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또 대기업의 하청업체 비용 전가,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거래 행위로 중소기업이 자금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어 근로자들이 저임금에 신음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취업전선에 나선 청년들은 대기업과 은행, 공기업의 높은 벽에 좌절하면서도 중소기업은 기피하면서 청년실업이 가중되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를 해소하려면 정부는 인재가 중소기업에 유입되도록 공정한 시장 질서를 유지하고 R&D(연구·개발), 수출 등의 과감한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지나친 소득불평등은 빈부격차를 확대시키고 경제 질서를 왜곡시킨다. 대기업과 소기업 임금격차가 3배이상 난다는 것은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 정부가 제도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저임금에 고통 받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더 심하게 느낄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