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업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대청호 주변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맛 집에 걸맞게 손님들로 북새통이다. 식당의 근간인 '맛'에 주인의 장인정신이 정갈하고 맛깔스럽게 묻어났다. 아내는 맛에 심취해 딸에게도 맛보이고 싶어 삼겹살을 포장 주문했다. 고작 1인분을 주문했을 뿐인데 포장 상태와 내용물에서 얼마나 세심한 정성을 들였는지 한 눈에 드러났다. 삼겹살은 기름이 배어나오지 않도록 속지에도 기름종이를 사용했고, 삼겹살을 넣은 스티로폼 박스 겉도 얇은 랩으로 꽁꽁 싸맸다. 삼겹살을 먹을 때 필요한 상추, 깻잎, 파절이, 파절이 양념, 쌈장, 고추, 마늘까지 일체를 챙겨 준 것도 감동이지만, 재료들이 쏟아지지 않도록 랩으로 꼼꼼하고 극진하게 감쌌다.

손님들이 북적거려도 혼란스럽지 않게 맡은 본분을 체계적으로 척척해내는 일하시는 분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주인이든 일하시는 분들이든 표정이 즐거운 빛으로 환하다. 맛 집의 명성이 음식의 감칠맛에 주인과 일하시는 분들의 정성으로 명증되었다. 맛 집 주인의 업(業)에 대한 본질과 정성이 맛에 고스란히 배어났다. 식당의 근간인 '맛'에 버금가는 삶의 근간은 본질과 정성이다. 본질을 지켜주는 든든한 뒷심은 정성이다. 세상살이의 근간이 되는 1%의 본질과 정성이 99%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삶이다. 어떤 상황이 와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삶의 버팀목은 본질이고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은 정성이다. 인생에 시련과 역경이 직면할 때 버티고 지탱해주는 근원은 본질과 정성이다.

본질을 놓치고 살다보면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고, 삶에 본질로 채워진 근간도 없으니 유혹에 쉽게 흔들리고 빠진다. 삶의 본질과 업(業)의 역할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의 일상에 정성은 전무하다. 정성이 없는 일상에 척하며 사는 못 된 마음까지 겹치면 '멍청한 삶'을 자초하게 돼 본질과 근간에 다가가는 삶을 살아내기가 버겁다. 삶의 본질과 근간을 지켜내며 사는 데 온 정성을 다하는 것이 사람됨의 도리다.

삶에 내공이 있다는 것은 본질을 움켜쥐고 근간과 심지를 정성들여 굳건히 지켜내는 힘이다. 다산 정약용은 "사람의 떳떳한 윤리는 오직 지성(至誠)뿐이다. 삿됨으로 말미암아 욕망과 사정(私情)이 생겨난다. 삿됨이 들어오는 구멍이 있으니 나고 듦이 너무 빨라, 풀이 싹트고 물이 새는 것과 같다. 떡잎부터 제거하지 않으면 도끼질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다. 개미구멍을 안 막았다간 큰물이 져 넘친다. 지혜로운 사람은 기미를 알아 조심스레 둑을 쌓는다. 창문에 자물쇠를 굳게 하고, 대문에 울타리를 엄하게 두른다. 삿됨이 드나들 길을 막고 흘러들 틈을 막아버린다. 그것을 굴복시켜 녹여버리고, 싫다고 감추어서 덮지 않는다."고 말한다. 마음의 구멍을 막아주는 것은 본질이고 근간이며 정성이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삶의 본질과 가치관이 바로 서고, 하루하루의 시간활용에 체계가 잡혀있고, 그 시간에 정성을 다하면 삶이 아름답게 빛난다. 노자는 "인위적 행위, 과장된 행위, 계산된 행위, 쓸데없는 행위, 남을 의식하고 남보라고 하는 행위, 자기중심적인 행위, 부산하게 설치는 행위, 억지로 하는 행위, 남의 일에 간섭하는 행위, 함부로 하는 행위 등 일체의 부자연스런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무위(無爲)"라고 말한다.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않는 참삶은 무위(無爲)를 본질과 근간으로 삼고 정성들여 실천하는 시간 속에 녹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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