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최익성 플랜비디자인대표·경영학 박사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업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회의장에서 리더보다 더 많은 권한을 가진 사람은 없다. 리더보다 전문 분야에 경험이 많은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의사결정의 마지막 순간은 언제나 리더의 몫이다. 따라서 회의장에서는 누구도 그를 넘어설 수 없다. 사실, 회의처럼 자원이 풍부한(resourceful) 활동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회의에서 나오는 결과물은 혼자 해내는 것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회의는 즐거운 협업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인식은 여전히 '회의는 비능률적이고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팽배하다. 구성원 전체의 생각을 반영하면서 활발한 토론으로 이끌어갈 리더의 부재 때문이다. 우리는 수직적인(Top-down) 회의 문화에 익숙하고, 이러한 권위적인 회의문화 때문에 누구로부터도 제대로 된 회의진행자의 역할을 체험하거나 배우지 못했다.

'대중의 지혜(The Wisdom of Crowds)'의 저자 수로워키는 "개개인 선택의 총합은 탁월한 전문가들의 선택보다 우월하다"고 강조했다. 기원전 4세기 사람인 아리스토텔레스도 일찍이 이렇게 말했다. "일반인 개개인은 전문가들보다 판단력이 떨어지지만, 일반인들이 함께 작업하면 전문가들보다 더 우수하거나 적어도 못하지는 않다."

조지프 핼러닌은 '우리는 왜 실수하는가'에서 사람들은 있는 대로 보지 않고, 본 대로 인식하지 않고, 인식한 대로 표현하지 않고, 표현된 대로 수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일들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결함, 인식의 구조적 편향(sysmetic biases) 때문에 일어난다. 즉 인간의 과신이다.

'골도프스키의 실수'를 아는가?. 저명한 피아니스트 보리스 골도프스키는 어느 날 한 제자가 브람스의 곡을 틀리게 연주하자 중지시키고 실수를 바로잡으라고 말했다. 악보대로 연주한 제자로서는 어리둥절했다. 골도프스키가 제자의 악보를 살펴보았다. 제자 말이 옳았다. 악보 인쇄가 잘못된 것이다. 그는 실험 삼아 숙련된 연주자들에게도 같은 악보로 연주를 시켜보았지만, 누구도 그 오류를 알아채지 못했다. 이처럼 초보자는 쉽게 알지만, 전문가는 쉽게 지나치는 오류를 일컬어 '골도프스키의 실수'라 부른다. 이러한 사례는 많다. 2008년 NASA가 예측한 지구 소행성 충돌 계산의 오류를 지적한 것은 13살 소년이었고,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 27년 동안이나 몰랐던 전시 실수를 지적한 것은 5학년 학생이었다고 한다.

최익성 플랜비디자인대표·경영학 박사

회의에 임하는 리더는 다음과 같은 믿음이 있어야 한다. 첫째, 사람은 기본적으로 현명하며, 올바른 일을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고 싶어 한다. 둘째, 한 사람보다는 팀이 더 바람직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셋째, 모든 사람의 의견은 지위, 계급 여하를 막론하고 똑같이 중요하다. 넷째, 사람들은 자신이 참여한 아이디어나 계획에 대해서는 더욱 헌신적으로 임하게 된다. 다섯째, 회의나 워크숍 참석자들은 자신의 결정에 대해 책임이 부여되면, 진정으로 책임감 있게 행동한다. 여섯째, 적절한 도구와 훈련이 주어진다면, 팀(부서)은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고 성숙한 행동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 일곱째, 회의나 워크숍 프로세스가 잘 설계되고, 계획대로 적용된다면 바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회의를 통해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하려면 리더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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