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업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우리가 흔히 직장생활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뒷담화'다.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대인관계에서 쌓인 불만을 분출하기 위해 특정인을 단죄하듯 험담을 늘어놓는다. 그러면서도 정작 누군가 나를 험담했다는 말을 제삼자에게 전해 들으면 속이 상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 또한 인지상정이다. 이 같은 뒷담화는 현대인들만의 전유물일까?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라는 책에서 뒷담화는 악의적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했다고 주장한다. 즉 소문을 이야기하고 수다를 떨면서 세상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뒷담화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가령 무리 내의 누가 누구를 미워하는지, 누가 누구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지, 누가 정직하고 누가 속이는지 말이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의사소통의 대부분은 남 얘기다. 이토록 우리가 험담의 유혹에 쉽게 빠져드는 이유는 뭘까?

먼저 뒷담화로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직장인들의 술자리에서 최고의 안줏감은 당연 상사에 대한 헐뜯기, 흉보기, 씹기다. 험담이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푸는 데에는 험담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또한 함께 험담하면 서로 친해진다. 뒷담화는 누군가와 친해지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 누군가를 험담할 때 상대가 맞장구를 쳐주면 자기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동조를 해주지 않으면 서운한 생각이 들고 그로 인해 사이가 점차 멀어진다. 보통 주부들은 '이웃 주부를 험담하는 데 안 들어 줄 때' 남편에 대해 제일 섭섭함을 느낀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더불어 험담은 일시적으로나마 자긍심을 느끼도록 만들어 준다.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평가하려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과의 비교과정을 거쳐야 한다. 비교과정에서 자신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면 자긍심이 높아지지만, 못하다고 판단되면 자긍심이 저하된다. 상대의 결점을 찾아 험담하고 깎아 내리면 우리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고 그로 인해 자긍심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뒷담화의 긍정적인 경험은 대부분 일시적이다. 험담을 하고 나면 허망해지고 비열한 사람이 된 기분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결국 험담은 '만족은 짧고 후회는 길다'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검지 하나로 손가락질을 하면 나머지 세 개의 손가락이 나를 향한다. 즉 남을 비난하면 그 세 배의 비난은 자기를 향한 꼴이 된다는 점이다.

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인간의 말은 귀소본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유념하자. 마치 연어가 먼 바다에서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려는 무의식적 본능처럼 말이다. 사람의 입에서 배설된 험담도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는다. 돌고 돌아 어느새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로 날카로운 화살촉이 되어 되돌아온다. 뒷담화의 유혹에 빠질 때는 '그 사람이 지금 바로 옆에 있어도 이 말을 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해보자. 말을 의미하는 한자 '언 言'에는 묘한 뜻이 숨어 있다. 두(二)번 생각한 다음에 천천히 입(口)을 열어야 비로소 말(言)이 된다는 것이다. 면전에서 할 수 없는 얘기라면 뒷담화로도 하지 말자. 상대를 욕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그 사람의 좋은 점 한 가지씩을 찾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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