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주현 대한건설협회 회장 등 건설업계 대표자들이 12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SOC인프라 예산 축소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내년 SOC예산을 올해보다 15.5% 축소한 18조7천억원으로 편성하고, 기획재정부가 최종 17조7천억원으로 줄인 데 따른 것이다. / 뉴시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만들기를 국정 과제 1호로 추진해왔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청와대에 일자리상황판을 만드는 등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 성적표는 아직은 낙제점이다. 올 8월 취업자가 전년대비 21만2천명 늘어나는데 그치며 취업자 증가폭이 4년 6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는 8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또 청년실업은 9.4%로 치솟았다. 이 때문에 정권이 바뀐 이후 취업문이 더 좁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는 정부 정책의 부작용이 취업시장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SOC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최저임금제 인상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은 악화되고 있는 고용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주었다. 월별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 4월까지 40만 명대를 유지하다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5월(37만5천명)부터 30만 명대로 뒷걸음쳤으며 8월엔 20만 명대로 추락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8.2 부동산대책의 여파로 고용 창출력이 큰 건설경기가 내리막길이고 내년부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져 기업들이 신규 인력 채용을 부담스러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건설경기는 빠른 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아파트 공급물량이 감소하고 주요 재건축 단지의 분양과 착공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복지예산 마련을 위해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역대 최대 폭인 4조 4천억 원 삭감한 것도 고용시장엔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전문가들은 10억 원의 수요가 창출됐을 때 신규 고용인원은 건설업이 13.8명으로 제조업(8.6명)보다 많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에선 대략 1만 명 정도의 일자리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도 치명타다. 고용주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신규 인력채용을 막을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일자리의 질은 끌어올리겠지만 일자리의 양을 늘리는 측면에선 마이너스다. 김동연 부총리가 최근 국회에서 최저임금이 너무 급격하게 오르면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야당의 지적에 공감을 표시한 것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방향은 분명히 하지만 내년 이후 속도는 신중하게 검토 하겠다"고 말했다. 더구나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3조원을 지원키로 한 것은 땜질식 처방이다.

정부가 복지예산을 대폭 늘린 것은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복지예산을 투입한다면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열악한 생활을 영위하는 계층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또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한 것도 공감이 간다. 하지만 당장 취업이 시급한 사람들이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다면 더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정부가 좀 더 세심한 고용정책으로 취업문을 넓히지 않으면 '일자리 만들기' 정책은 한낱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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