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한인섭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업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손가락 안쪽 피부를 장식한 '무늬'라 할 수 있는 지문(指紋)은 평생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을 구분하는 '흔적'이 되곤 한다. '사인'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되기 전에는 지장이 도장을 대신했다. 무늬 모양에 따라 궁상문과 와상문 등 5~6종류로 분류한다. 일란성 쌍둥이조차 모양이 달라 범죄 현장에 남겨진 지문은 범인을 잡는 데 유용한 증거로 사용된다.

지문 유형과 채취 방법에 대한 연구 성과가 점차 축적되면서 실제 범인 검거에 적용했던 것은 1892년 아르헨티나 경찰 이었다고 한다. 경찰관 후안 부체티크는 두 아들을 살해한 프란시스카 로하라는 범인을 지문 추적 끝에 붙잡아 지문 수사의 장을 열었다. '세계 최초' 였던 이 사건 이후 각국은 경찰에 전담 부서를 설치해 수사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흔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살인 현장'이 등장하면 빠지지 않는 게 지문을 채취하는 경찰관들의 모습이다. 한손에 붓을 들고 현장을 살피는 모습은 일반인들에게 익숙해 졌다. 이른바 '고체법'이다. '분말법'이라고도 하는 이 방식은 지문을 남겼을만한 물건이나 지점에 미세한 분말을 뿌린 후 지문을 검출하는 방식이다. 방식에 따라 염분, 단백질 등에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검출하는 액체법과 기체법(옥도가스 이용)도 이용된다. 이 밖에도 접착제를 이용하는 강력순간접착제법이나 진공통을 이용하는 방법 등 현장 상황에 따라 많은 방법이 사용된다.

경찰이 지문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사건이 터진 이후부터 였다. 당시 정부는 김신조 일행이 청와대를 습격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을 계기로 성인이면 누구나 '지문' 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지문채취는 요즘 사건이 터지면 '휴대전화' 추적부터 하는 것처럼 사건 현장에서 빼트려서는 안될 게 됐다.

한인섭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강원경찰청이 지난 13일 12년째 미제로 간주됐던 강릉 70대 노파 살인사건 범인의 유력한 용의자 A(49)씨를 구속했다. 경찰이 현장에서 발견했던 1㎝ 크기 '쪽지문(일부만 남은 지문)'을 정밀 분석한 결과였다. 사건 범인은 70대 노파 얼굴을 감은 포장용 테이프에 지문을 남겼다. '쪽지문'은 현장에 남은 유일한 증거였으나, 테이프에 새겨진 글과 겹치고, 융선(지문의 곡선)이 흐려 범인을 특정하기 어려웠다. 지난 12년동안 발전한 지문감식 기술을 십분 활용한 경찰은 지난 7월 현장에 남은 지문이 용의자 A씨와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A씨의 동종전과, 거짓말 탐지기 등을 활용해 범죄 혐의를 밝혀냈다. 허위 알리바이도 찾아냈다. 2005년 5월 13일 발생한 사건인 데, 앞으로도 유사한 일은 많을 것 같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이 살인 사건을 재구성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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