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경구 아동문학가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업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난 손이 참 작고 못생겼다. 게다가 손가락도 짧고 주름투성이다. 그러니 손이 좀 나이 들어 보인다. 어렸을 적 땅 따먹기 놀이를 할 때면 늘 속상했다. 작은 손으로 집을 만들자니 늘 내 집은 작았기 때문이다. 공기놀이라도 하는 날에는 큰 손으로 덥석덥석 공기알을 잡는 친구들이 마냥 부럽기만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정말 아름다운 손을 가진 친구를 만났다. 여자 친구가 아닌 '민병구'란 남자친구다. 졸업 이후 만났으니 한 30년만이다. 2년 전 우연히 만났지만 잠깐 인사만 하고 헤어졌다. 당시 친구는 막 펴낸 시집에 사인을 해 건네주었다.

친구는 시인으로 등단을 했지만 그보다 화가와 무대미술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친구의 시집 '고무신 놀이'를 읽으며 친구의 고단했을 삶이 느껴졌다. 어쩌면 그런 고단함이 친구를 더 단단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지금도 하루일과를 마치면 일기처럼 시를 쓴다고 한다. 어쩌면 조만간 반가운 두 번째 시집을 내밀지 않을까 싶다. 그 아름다운 손으로.

친구의 손은 우선 두툼하다. 마치 두꺼비 같다. 손톱도 아주 짧다. 그 손톱 사이사이로 물감과 페인트가 푹 배어있다. 아무리 닦아도 절대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손은 거칠고 상처투성이다. 이런 친구의 손이 내겐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바로 30년 넘게 오직 한 길만 걸은 흔적이기 때문이다. 그림 그리고 무대미술을 꾸미는 게 인생 1순위라는 친구는 결혼도 작년에 했을 정도다. 친구를 만나고 헤어지던 날 생각나는 그림이 하나 있었다. 바로 알브레히드 뒤러의 '기도하는 손'이란 그림이다. 이 그림이 탄생되기 까지는 뒤러의 한 친구 힘이 크다.

뒤러와 한 친구는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몹시 가난해 그림공부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한 사람이 일자리를 구해 번 돈으로 한 사람이 그림공부를 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뒤러가 먼저 그림공부를 시작해 잘 마쳤다. 그래서 이젠 반대로 뒤러가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친구를 찾아갔다. 마침 친구의 기도소리가 들려 마칠 때까지 기다리다 가슴이 먹먹해 졌다. 왜냐하면 너무 많이 일을 한 친구는 손이 엉망이 되어 붓을 잡을 수조차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뒤러만이라도 훌륭한 화가로 만들어 달라는 간절한 기도를 했기 때문이다. 이후 뒤러는 기도하는 친구의 손을 그렸다. 이 '기도하는 손'은 뒤러가 그린 그림 중 최고의 명화가 되었다.

김경구 아동문학가

뒤러 친구의 열심히 일해 망가진 손. 그런 손으로 뒤러를 위해 기도하는... 그러고 보면 거친 손들은 무엇인가를 위해 열심히 일한 아름다운 마음이 담긴 손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럴까. 사람들의 손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가 담겨 있는 듯하다. 마치 한 권의 소설책처럼. 지금쯤 내 친구 병구는 바쁠 것이다. 가을엔 행사가 더 많으니 무대세트도 만들고 게다가 요즘은 부엉이에 빠져 온통 부엉이 그림만 그리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난 친구가 그리는 청주의 플라타너스 가로수를 좋아한다. 복숭아밭도 함께. 하지만 여전히 두 눈이 아주 동그란 부엉이를 밤을 세워가며 그린단다. 그래서 손이 더 거칠어져 있을 것이다. 손과 손톱사이사이에 덕지덕지 물감칠과 페인트칠을 달고서 말이다. 하지만 친구를 만난다면 반가운 악수를 오래오래 하고 싶다. 쉬지 않고 열심히 일 한 병구의 아름다운 손, 뒤러의 기도하는 손처럼 내 가슴에 오래오래 명화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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