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남윤희 충북도 농업기술원 총무팀장

청명한 하늘에 애잔한 박달도령과 금봉낭자 / 뉴시스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임아, 물 항라 저고리가 궂은비에 젖는구려, 왕거미 집을 짓는 고개마다 구비마다 울었소, 소리쳤소 이 가슴이 터지도록….". '박달재'는 조선시대 한양과 제천을 잇는 관행길에 있던 고개다. 20년 전 터널 개통으로 옛 정취는 오간데 없으나 그 옛날 고개를 넘으며 애달픈 사랑을 나눈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사랑이야기는 여전히 귓전에 선명하게 맴돈다.

전설에 따르면 조선 중엽 경상도 선비 박달은 과거(科擧)를 보러 가던 중 박달재 아래 민가에서 금봉을 만나 첫 눈에 사랑에 빠진다. 둘은 뜨겁게 사랑했으나 박달은 후일을 기약하며 한양으로 떠난다. 과거에 낙방한 박달은 금봉을 볼 낯이 없었고 돌아 올 리 없는 임을 기다리던 금봉은 상사(相思)의 한을 안고 생을 마감한다. 뒤늦게 달려온 박달은 애통함에 울부짖다 금봉의 환상을 보고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훗날 사람들은 이곳을 '박달재'라 불렀다.

박달과 금봉의 애끓는 사랑이야기는 400년 후 마침내 부활을 한다. 동서고금의 조화속에서 '무병장수의 꿈'을 실현시켜 줄 '2017 제천국제한방바이오산업엑스포'의 두 주인공으로…. 미래 생명산업의 젖줄이 될 '2017제천국제한방바이오산업엑스포'가 드디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방의 재창조, 한방바이오산업으로 진화하다'란 주제로 9월 22일부터 10월 10일까지 제천 한방엑스포공원에서 펼쳐지는데 전통한방에 바이오과학을 더했다. 21C 인류의 건강한 삶에 대한 답을 주기 위해 충북도와 제천시가 마련했다.

전통한방은 한의학과 같은 개념으로 서양의약을 대신하거나 보완이 가능해 그 중요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서도 천연물(자연자원) 연구를 확대하는 추세다.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 엠디 앤더슨 암센터와 같은 해외 굴지의 의료기관 또한 양·한방 협진에 집중 투자 중이다. 국내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한방에 바이오를 더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진화 중에 있다. 식품·의약품·화장품·생활용품·관광상품과 같은 다양한 파생 산업도 형성했다. 특히 세계 천연물시장에서 나날이 커지는 전통한방의 역할은 주목해 볼만 하다.

남윤희 충북도 농업기술원 총무팀장

제천은 조선시대 전국 3대 약령시 중 하나다. 태백산맥 동서를 연결하는 통로이자 산간지방에서 채취되는 우수 한약재의 집적지였다. 유통은 물론 가공기술도 발달했다. 조선 '어의(御醫)' 이공기 선생과 동의보감 서문을 쓴 이정구 선생의 고향 역시 제천이다. 지난 2005년 정부로부터 약초웰빙특구로 지정된 이래 약초의 고장인 제천은 한방특화도시로 거듭났다. 약초의 생산·가공·유통에서 연구까지 국내 최대 규모의 한방바이오산업 클러스터 구축을 완비한 명실상부한 한방도시라는 얘기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최근 저서 '호모데우스 2017'에서 인류의 깨달음을 전한다. '기아, 역병, 전쟁'을 통제하는데 성공한 인류가 다음 의제로 '불멸, 신성, 행복'에 도전한다는 게 그의 혜안(慧眼) 이다. 굶주림, 질병, 폭력에 기인한 사망률을 줄인 후, 인류가 마땅히 해야 할 과제는 '노화와 죽음' 그 자체를 극복하는 것이다. 쾌청한 가을날 국내 최대 한방바이오산업엑스포 현장에서 '21세기 인류 최상위 의제'도 고민해 보고 '불멸의 삶'에 과감하게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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