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근 언론에 보도된 학교폭력 실태는 충격적이다. 도무지 청소년 범죄라고 보기엔 끔찍하고 잔혹하다. 얼마 전 부산에서 한 여중생이 같은 또래 여학생들로 부터 1시간 반 동안 온몸이 피투성이가 될 만큼 폭행당했다. 소녀는 뒷머리 3곳과 입안 2곳이 찢어지는 등 유혈이 낭자한 상태에서 행인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7월에는 여고생 6명이 강원도 강릉 경포해변에서 무려 4시간동안 친구를 주먹과 발로 일방적으로 폭행했다. 지난 2012년 학교전담경찰관(SPO)이 전국적으로 배치됐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흉폭한 폭력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학교전담경찰관제도가 도입된 지 5년째 되지만 아직도 이 제도에 대한 엇갈린 시각이 상존하고 있다.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발표한 학교전담경찰관에 대한 자료는 부정적인 시각을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2012년 6월 SPO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비위를 저질러 감찰조사를 받고 징계 처분된 SPO는 모두 20명에 달했다. 특히 파면이 6명(30%)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정직 5명(25%), 해임 4명(20%), 견책 3명(15%), 감봉 2명(10%) 순이었다. 2016년 기준, 전국적으로 약 11,704개의 학교에서 1000명이 넘는 경찰관이 배치된 것을 감안하면 비율로는 극소수지만 이들 경찰관을 믿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그리고 학부형들, 교사들 입장에서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산에서는 담당하던 여학생과 성관계를 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은 SPO 2명이 파면됐고, 앞서 2012년에는 불건전한 이성교제 사실이 적발된 경기지역 SPO가 파면되는 등 성 관련 비위로만 5명이 파면 또는 해임됐다.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 예방과 학생 안전을 위해 배치된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성희롱, 성추행 등으로 물의를 빚은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8월엔 국회입법조사처가 장기적으로 이 제도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담은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SPO 한명이 담당하는 학교와 학생의 수가 11개 학교에 5천700여명에 달해 실효성 있는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고 일부 SPO의 일탈 때문에 경찰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한국교총이 2016년에 669명의 교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교원 중 80.4%는 SPO가 유지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 제도가 일정부분 학교폭력 예방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방식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일부 SPO로 인해 대다수 음지에서 고생하는 경찰관들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무엇보다 엽기적인 학교폭력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SPO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차라리 SPO 제도를 중학교 단계로 범위를 좁혀 내실을 기하고 SPO 선발과정에서 인성을 검증하고 아동·청소년·심리 교육등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SPO제도를 획기적으로 쇄신하지 못한다면 차라라 없애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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