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제천중학교 수석교사 신동숙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업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6년전 겨울, 수석교사 자격 연수를 받을 때이다. 겨울방학 내내 합숙하며 진행된 6주간의 집중 연수였다. 수많은 강의와 토론으로 이어지는 연수 중 유독 박영숙(유엔미래포럼 대표) 교수의 미래 사회의 모습에 대한 강의에 매료되어 버렸다. 이를 계기로 다가올 미래 사회에 나름대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자료를 수집하여 교사, 학부모 대상의 연수에 거의 빠짐없이 전달해 왔다.

이후 몇 번의 겨울이 지난 요즘, 거의 모든 매체에서 미래 사회의 모습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다양한 예측으로 그 불확실성에 대한 논제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든 주장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이러한 구체적인 변혁들이 올 터인데 가장 큰 해결책이자 문제는 바로 '교육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누구도 알 수 없는 예측불허의 사회에 대비해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이 가장 먼저 변해야 하는 것이 해결책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더디게 움직이고 있으니 그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엘빈토플러의 「부의 미래」를 보면 변화의 속도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이 책에서는 최고 속도를 110키로로 제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사회경제학자들에 의하면 대기업 삼성은 160km, 시민단체는 140km, 가족은 95km, 정부관료는 40km, 그리고 학교는 15km라고 한다.

이러한 추론을 바탕으로 정체된 교육시스템의 변혁을 마구 부추기며 교실혁명을 내세우고 있다. 물론 사회변화에 대응할 필요성은 충분히 절감하고는 있으나 학교를 경제적 논리로 해석하는 점에서는 모순이 있다.

'과학과 기술발달의 관점에서 뒤떨어지니 부지런히 가르쳐야 한다...' 무엇을 부지런히 가르치라는 것인가? 과학을? 기술을? 이제 학생들이 살아갈 시대는 지능형 로봇과 첨단 알파고와 함께 해야 하므로 벌써 컴퓨터 코딩 교육부터 시작되고 있다.

사회 변혁의 속도도 중요하나 변혁을 주도하는 주체와 변화에 중심을 잡아주고 든든한 뼈대가 되어주는 것이 바로 교육이 아닐까?

유발하라리(사피엔스의 저자)는 「호모데우스」라는 책을 통해 이야기 한다. 역사적으로 사람들의 가치판단 기준은 종교(神), 정치(王), 경제(金)로 이어지다가 민주주의가 형성되면서 '개인'으로 넘어왔으나 다가올 미래는 '자유의지에 따르는 개인'이 아니라 '나보다 더 나를 잘 파악하고 있을 알고리즘의 통계를 따르는 개인'이 될 것이라고.

가치의 기준과 선택 조차도 빅데이터에게 물어보고 결정한다면 인간의 정체성은 어떻게 될 것인가?

교육은 인간을 기르는 것이다. 자유의지와 감성을 지닌 인간을 기르기 위해서는 아무리 사회가 빠르게 변해도 교육은 가장 느리게 가는 것이 정당하다고 본다.

적어도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스스로 성찰하게 하며 사람답게 다듬어 갈 수 있도록 너무 보채지 말라. 과학과 기술의 잣대로 아이들의 성취와 행복을 흔들지 말라. 조바심과 맥빠짐이 아닌 사랑과 칭찬이 필요한 우리 아이들이다. 매일매일 별스러워지는 아이들과 씨름하며 새로운 수업 연구에 눈 빠지게 고민하는 우리 교사들은 '사람'을 만들며 조금 느리게 천천히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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