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고문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업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사상 유례가 없었던 지난 7월 16일의 청주 폭우!

수많은 이재민과 천문학적인 재산피해를 우리 청주에게 주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인 것은 뜨거운 여름의 혹독함도 마다않고 한 걸음에 달려와 무조건 팔을 걷어붙이고, 신발을 벗어버리고 피해현장에 뛰어든 자원봉사자 여러분입니다.

무슨 대가가 있습니까? 무슨 이득이 있나요? 무엇 때문에 이렇게 달려왔을까요?

매일 우리는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싶은 뉴스를 접하고 있습니다. 참혹한 테러의 현장, 상상 못 할 살인과 같은 강력사건과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대형 교통사고, 최근에는 살충제가 검출된 계란 등등, 그러나 그런 속에서도 우리는 같이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는 수많은 감동의 스토리를 알게 됩니다. 참혹한 테러 현장이나 대형 교통사고 현장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다친 사람을 구조하기 위하여 자기 위험을 무릅쓰고 힘을 모으는 사례를 우리는 볼 수 있습니다.

제 주변에도 그런 사람을 봅니다. 거의 제 주치의처럼 봐주시는 내과의사 선생님은 십여 년 전 자기와 아무 관련도 없는 환자에게 자기 신장 하나를 이식해 주었습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듣고 반신반의하다가 직접 물어봤지요.

"아니 어떻게 해서 아무 관련도 없는 환자한테 의사선생님이 자기 신장을 줄 수 있어요?"

그랬더니요.

"어떻게라니요. 그냥 제 신장 하나가 그 환자한테 가면 낳을 수 있으니까 한 거지요."

이걸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제가 지금까지 알았던 것 하고는 너무 달라서 무어라 말씀을 못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렇게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을 위해 자기 위험이 있는 줄 알면서도 베푸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번 달 과학동아에 마침 자신과 관련 없는 사람에게 기부하는 등 관대한 행동을 하는 이유가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는 기사가 실려 소개를 해드립니다. 독일 뤼백대 심리학과 박소영 교수팀이 7월 11일자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내용이라고 합니다.

박 교수팀은 다른 사람에게 베풀 때 뇌에서 행복감과 관련된 영역이 활성화되는가를 알기위해 50명의 참가자에게 4주간 25스위스프랑(약 3만원)을 나누어 준다고 하면서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참가자 반에게는 자신을 위해 쓰도록 계획을 세우고, 나머지 반에게는 다른 사람을 위하여 쓰도록 계획을 세우게 한 뒤 'fMRI (기능성자기공명영상)'로 뇌를 촬영하면서 그들에게 추가로 선택을 하도록 제시하였습니다. 즉 관용을 베풀 사람을 선택한 뒤 그에게 줄 돈과 자신이 부담할 비용을 제시하고 yes냐 no를 선택하도록 한 것입니다. 그랬더니 다른 사람을 위해 돈을 쓰도록 계획을 세우도록 한 참가자들이 더 관용적인 선택을 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보고 연구팀은 다른 사람에게 관대한 행동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 뇌에서 느끼는 행복감의 변화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과학동아 기자는 기부처럼 인간사회에 존재하는 관대한 행동은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재산을 나눠야 한다는 점에서 경제학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왜 인간은 손해를 무릅쓰고, 아니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고 다른 사람을 위하여 행동하는가 하는 문제는 박소영 교수팀의 실험에 의한 행복감 때문일까요? 글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다른 사람을 위한 관대한 행동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살맛을 주는 것은 틀림없다고 봅니다. 그러기에 생전 처음 보는 이런 물난리를 겪고도 힘차게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무조건 달려와 자기 일처럼 피해복구에 애써주신 자원봉사자 분들에게서 얻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도 봉사에 나서는 분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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