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업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기존 금융기관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점포라는 공간을 통해 고객을 만나고, 고객도 점포에 가야만 업무처리가 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모든 것이 모바일로 가능해져서 이렇게 가다간 물리적 금융기관이 존재나 할까 싶다.

작년부터 출범한 인터넷은행 두 개가 메기처럼 휘젓고 다니며 기존 은행들을 강력하게 위협하고 있다. 점포 하나 없는 인터넷은행이 규제만 풀어주면 자금을 얼마나 빨아들일지 예측할 수 없다. 소매금융이 인터넷은행으로 전환은 시간문제가 되었다. 기존 금융기관들의 높은 문턱과 식상한 서비스에 소비자들이 새로운 서식처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새로운 정부는 인터넷은행을 추가로 인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새로 설립된 인터넷은행은 증자에 나서고 있어서 본격적으로 기존 은행권과의 경쟁이 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증권사)는 이미 1990년대 말에 온라인증권사가 허용되어, 키움증권 등이 주식중개부문에서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시현하고 있다. 은행권의 변화가 금융투자업계를 따라갈 지 관심사다. 또한, 핀테크로 일컬어지는 신기술은 기존 금융 업무를 급속히 잠식할 태세다. 핀테크 금융은 소비자의 지원을 등에 업고 진군 중이다. 이 흐름 중에 아직 제도권 금융으로 진입하지 못했으나 P2P 금융이 소리 없이 커가고 있다.

P2P는 Peer to Peer의 약자로 Peer은 '동료'라는 뜻이다. P2P 금융은 개인과 개인을 연결시켜주는 금융이다. P2P사업자가 모바일 상에 금융플랫폼을 제공하면 참여자들이 투자도 하고 투자도 받는다. 투자의 대상은 무궁구진하다. 부동산, 동산, 소비자금융, 어음, 홈쇼핑상품 등 거래될 수 있는 것이면 어떤 것이든 상품을 개발하기 나름이다. P2P금융은 기존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한도가 찬 고객이 중금리로 이용할 수 있는 장치다. 기존 금융기관과 금리가 높은 대부업 등의 중간 지대라 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기고 금리 코스트가 낮아지는 이점이 있다. 중금리 지대는 제도권 금융기관이 효율적으로 제공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다.

벌써 P2P금융회사가 일이년 사이에 이백여 업체가 생겼다고 한다. 그렇지만 아직 과제도 많이 남아 있다. P2P금융이 고객의 신뢰를 얻으려면 스스로든 타의든 엄격한 제도와 감독이 필요하다. 감독원도 P2P금융에 대해 지난 5월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개인들의 투자금을 제한하고, 예치금을 은행에 맡겨야하며, 각종 영업행위 준수 등을 제시했다.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슬슬 기관투자가들도 입질을 시작했다. 성장성을 본 벤쳐캐피탈(VC)도 초기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의 보호를 받아가며 공급 위주의 금융을 즐기던 기존 금융시스템에 균열이 가고 있다. 금융에서도 소비자의 힘이 점점 커지고 있다. 소비자가 주도하는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다. 빠른 IT 기술의 발전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병행하며 이제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금융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편리하고 저렴하고 안전한 금융이다. 이를 외면한 금융기관은 새로운 환경변화에 살아남기 힘들다. 고객신뢰의 상징이었던 도심에 우뚝 솟은 첨단 금융기관 빌딩은 더 이상 무기가 아니다. 이제 고객신뢰는 하드웨어적인 장치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신기술과 감성으로 바뀌고 있다. 손바닥만한 모바일 단말기가 수십 년간 움직이지 않았던 금융시장 생태계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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