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남재철 기상청장

/클립아트코리아

올여름은 동전의 양면처럼 한쪽에선 가뭄이, 또 한 쪽에서는 폭우가 쏟아졌다. 특히, 지난 7월 16일 청주에서는 하늘에서 물 폭탄이 쏟아지듯 1시간에 91.8mm의 폭우가 내려 1967년 관측 이래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하였다. 이렇듯 최근 들어 기상이변이 자주 발생하고 가뭄, 폭염, 폭우 등의 극한 현상이 공존하는 등 과거의 잣대로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말하기는 어려워진 시대가 되었다.

미국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작년은 지구 평균기온이 14.8℃로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해였다. 2015년은 역대 2위, 2014년은 역대 3위로 3년 연속 가장 더운 해로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5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를 현재와 같은 추세로 배출한다고 가정할 때 21세기 후반 지구 평균기온이 현재보다 평균 3.7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기록과 예상은 지구온난화가 분명히 진행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지구온난화는 단순히 지구 기온이 상승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IPCC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1℃ 상승할 때 7%의 수증기를 더 함유할 수 있다. 수증기를 포함할 수 있는 능력이 증가하게 되면 기상현상을 더욱 왕성하게 발달시킬 수 있는 에너지가 많아진다. 또 기후가 온난해짐에 따라 극한 강수가 예전보다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여기에 지형효과가 더해지면 지난 7월 16일 청주시 집중호우와 같은 이상기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처럼 극단적이고 국지적인 기상현상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충북의 작년 기록적인 폭염과 올해 집중호우와 같은 극한 현상은 기존 기상현상 패턴과는 다른 극한 기후시대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하천범람, 농경지 침수 등 단순한 재해 양상을 보였지만, 기후변화, 도시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폭염, 대설, 화학사고, 지진, 교통대란, 식수난, 전염병, 환경오염 등 복합적이고 대규모적인 재난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극한 기상현상이 교대로 위협해오는 기후시대는 재해 양상의 변화와 함께 가까운 미래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다. 변화와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남재철 기상청장

이러한 위협적인 기후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충북의 기상서비스도 변화와 준비를 꾀하고 있다. 2019년을 목표로 우리나라 지형과 기상상황에 적합한 한국형 수치모델 개발을 통해 수치모델 예측 성능을 향상시키고, 전문성을 겸비하고 지역특성을 잘 아는 예보관을 육성하여 위험기상에 대한 대응역량을 높이는 등 충북지역의 기후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또한, 지자체, 한국수자원공사, 국토교통부 등 방재유관기관과의 지역 협업체계를 강화하여 각 기관의 기상관측자료를 실시간으로 공유함으로써 위험기상에 대한 감시 능력을 더욱 향상시킬 것이다. 이제 재난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방재기관에서도 충북 지역이 기상재해 안전지대라는 과거의 틀을 깨고 최근 기후 변화에 따라 빠르고 통합적인 재해대응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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