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고문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업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옛날을 생각하면 지금과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지난 번 시집간 딸아이가 자기 신랑과 이제 두 돌을 맞는 외손녀와 함께 제 생일을 축하해주러 청주에 내려 왔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번거롭게 내려올 필요 없다고 손사래를 쳐도 자식입장에서는 안 그런지 고집을 꺾지 못했지요.

문제는 사위가 백년손님이라 하지만 그 보다는 꼬마손님이었습니다. 귀엽디 귀여운 녀석이지만 요새 애 키우는 게 예전 같질 않습니다. 아마 손주손녀가진 집들은 대부분 공감할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이거 청소와 이부자리 특히 먹을 것에 대한 신경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저보다 애를 키워 본 아내도 안절부절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보통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더군요.

사실 우리들 어렸을 때 냉장고가 있었나요?

여름에 까닥하면 음식이 쉬어버려 그냥 내버려야할 때 어머니가 아까워하던 일이 생생합니다. 대나무 소쿠리에 널어놓은 보리밥이 쉬어버린 경우 어머니는 찬물에 헹구어 그것을 잡수셨던 기억도 엊그제 같습니다.

요새는 멀쩡한 음식도 유통기한이 넘어버리면 그냥 버리지요. 저는 조금 망설입니다. 냄새를 맡거나 조금 떼어 맛을 보고나서 괜찮으면 먹어버리지요. 그러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손녀딸에게는 안 되지요. 아내와 저는 괜찮을지 몰라도 딸아이 내외는 아마 펄펄 뛸게 뻔합니다. 물론 우리 사위도 딸바보입니다.

지난 7월호 과학동아에 유통기한에 대한 기사가 실려 읽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식품위생법에 1985년이 되어서야 규정한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생각보다는 그리 길진 않습니다. 법상으로는 식품제조·가공업체들은 자체 실험을 통해 유통기한을 정하여 관계기관에 신고하고 승인을 받도록 되어있습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우리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답니다. 일반적으로 제조일자, 품질유지기한, 유통기한 등 자율적으로 선택하여 승인받는 형식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조금 더 폭을 넓혀 2012년부터 '유통기한' 보다 실제 먹을 수 있는 기한이 조금 늘어난 '소비기한'이라는 용어를 시범적으로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답니다. 아직 '유통기한'이냐 '소비기한'이냐를 결정하진 않았는데 효과를 조금 더 분석한 뒤 '소비기한'만 사용토록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이러한 '유통기한'이나 '소비기한'을 넘겨도 괜찮은 것이냐 하는 건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옛날 우리들이야 넘겨도 먹을 것이 부족하니까 그만이겠지만, 요즈음은 다르지요.

우리 딸네만 유별난 것이 아니라 아마 다들 그럴 것입니다.

사실 맛이 안변해도 식품에 있는 미생물 수가 늘어나고,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았어도 맛이 달라질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자기의 오감만을 믿고 그냥 먹는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따라서 가능한 한 식품에 표기된 '유통기한'이나 '소비기한'은 지켜야 할 것입니다.

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고문

과학동아에서는 아이스크림, 맥주 같은 주류도 '유통기한'이 있고 가급적 지키는 게 좋다고 하네요. 세상에 영하 18°c이하의 냉동상태로 유통되는 아이스크림도 제조일자를 명기하도록 되어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아이스크림의 원재료가 우유인데 우유는 미생물이 번식하기 딱 좋은 조건을 갖고 있어 완전제거 자체가 불가하기 때문이랍니다.

맥주 같은 알코올도 2009년부터 품질유지기한을 표기하도록 하였다고 하는데 보통 병은 1년, 페트병은 6개월이라고 하네요. 소주나 위스키 같은 조금 도수가 센 술은 기한이 조금 길다고 합니다.

먹는 것은 이제 아무거나 있으면 먹는 시대가 아닙니다. 위생과 영양 거기에 기한까지 생각하는 시대입니다. 더욱이 먹을 것이 풍요로운 가을,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우리 보다 우리 아들딸, 손자손녀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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