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증평초등학교 수석교사 곽순종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업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2학기 '동요 부르기' 수업을 위해 9월 첫 주 1학년 교실에 처음 들어갔다. 9월의 노래 '활짝 웃어라'를 소개하고 노랫말의 의미에 대해 서로 대화하면 어려운 내용임에도 곧잘 이해하며 함께 호응한다. 노랫말의 의미와 느낌을 살려 노래를 하다 보면 어느덧 40분이 훌쩍 지난다. 아이들은 제비처럼 입을 벌려 꾀꼬리처럼 노래한다. 1학년 임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40분내 몰입하며 최선을 다하여 학습하는 아이들을 보면 절로 칭찬의 말이 나온다.

"어쩌면 이렇게 잘하니? 정말 최선을 다하는 너희들의 모습을 보니 무척 기분 좋다!"

"우리는 중국어 선생님, 합창 선생님께도 칭찬 들어요. 칭찬 들어서 우리도 기분이 좋아요."

라며 더욱 신나서 목청껏 노래한다.

수업 후 쉬는 시간에 교실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급식미션' 코너에는 모둠별로 별표가 2~3개씩 그려져 있고, '함께 자라는 우리' 코너에는 친구를 칭찬하는 메모지를 붙여두었고 '이를 깨끗이' 코너도 있었다. 칠판 위에는 그림동화책을 진열해 놓고 아이들이 수시로 읽을 수 있도록 해두었다. 반 아이들 모두 각자의 손바닥을 찍어서 나무를 완성하여 붙여두고 그 나무 위에 '틀려도 괜찮아', '끝까지 완성하기', '실내에서 걸어 다니기', '말하는 사람 바라보고 듣기', '고마워 미안해 라고 말하기' 등의 글귀를 붙여 두었다.

교실 구석구석을 보니 선생님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고 아이들에게 배려, 자신감, 용서와 화해 등의 인성 덕목을 살뜰하고도 꾸준히 지도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또한 아이들 하나하나를 존중하며 지성, 인성, 감성 등 어느 한 분야도 소홀히 하지 않고 꼼꼼하게 챙기는 평소의 모습을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본 듯이 생생히 느끼게 되었다.어는 날 나도 모르게 급식시간에 선생님을 관찰하게 되었다. 급식소가 소란하지 않도록 아이들을 일일이 다독이는 모습, 음식을 골고루 먹을 수 있도록 계속 챙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선생님의 그런 모습은 '교육' 그 이상을 넘는 '성스러움'으로 내게 다가왔다. 이런 세심한 지도의 흔적이 그 교실의 아이들을 처음 대하는 교사에게는 기쁨을, 아이들에게는 자존감과 용기를 귀한 선물로 갖게 되는 것이라 여겨진다.

위 선생님 외에도 주변에 이런 숨어있는 보석 같은 선생님들은 참 많다. 여름방학 때 회복적 생활교육 자율연수를 갔었다. 써클 활동 실습을 하면서 선생님들 자신이 많이 부족하노라고 고백하며 회복적 생활교육 연수에서 배운 것들을 적용해서 더 잘해보겠다고 자신을 채찍질하고 다짐하는 선생님들을 보며 '희망'이라는 말, 그리고 헨리 반 다아크의 '무명교사 예찬'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위대한 장군은 전투에 승리를 거두나 전쟁에 이기는 것은 무명의 병사이다. 유명한 교육자는 새로운 교육학의 체계를 세우나, 젊은이를 건져서 이끄는 자는 무명의 교사로다. 그는 청빈 속에 살고 고난 속에 안주하도다. 그를 위하여 부는 나팔 없고, 그를 태우고자 기다리는 황금 마차 없으며, 금빛 찬란한 훈장이 그 가슴을 장식하지 않는도다. 게으른 자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하고자 하는 자를 고무하며, 방황하는 자를 확고하게 하여 주도다. 그는 스스로의 학문하는 즐거움을 젊은이에게 전해주며, 최고의 정신적 보물을 젊은이들과 더불어 나누도다. 그가 켜는 수많은 촛불, 그 빛은 후일에 그에게 되돌아와 그를 기쁘게 하노니, 이것이야 말로 그가 받는 보상이로다.' < 헨리 반 다아크의 무명교사 예찬 중에서 >

증평초등학교 수석교사 곽순종

학교에서 학생 생활교육의 어려움으로 가슴앓이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눈물을 글썽이는 선생님,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방학에도 눈에 밟히는 아이들 생각으로 고민하는 선생님, 어떻게 하면 학생이 활발히 참여하는 배움이 있는 즐거운 수업을 할까 고민하며 퇴근 후, 주말, 방학 등을 이용해 연수하며 연구하는 선생님 등 우리교육의 희망이 되시는 모든 선생님들께 위로와 함께 축복을 보내드리고 싶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