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업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아침 햇살을 받으며 산사에 오르는 오솔길을 따라 산책에 나선다. 맑고 상쾌한 공기가 가슴을 시원하고 평안하게 진정해 준다. 풀잎위에 자리하고 아침 인사하던 맑은 이슬이 눈부신 햇빛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니 그믐밤하늘 별보다도 더 반짝이는 데, 어지러워 발등에 떨어진 이슬방울이 생기를 준다. 마음을 달래주는 세심정에서 마신 약수 정기로 삼성각 뒤 성벽제단 마당바위에 오르니 어제의 찌꺼기가 모두 용서를 빌러 나오는 데, 대웅전 지붕이 계곡에서 피어난 물안개에 잠겨 용마루만 보일락 말락 한다. 저 안개 그 자리에서 얼마나 머물지 모르지만, 세상 번뇌 다 끌어안은 그 품이 참으로 넉넉하다.

세월 함께 소식 끊고 나와 방해하는 게 없으니 보이는 것은 명경천리 살필 시력 높여주는 녹음이요, 들리는 것은 나뭇잎 숨소리와 산새들의 환영송에 골짜기로 놀러 나온 이슬들의 합창인데, 세염에 찌든 입에선 목청까지 경화되어 개미소리도 새나질 못한다. 그래서 이런 곳을 선경이라 하던가. 여기서, 이런 곳에서, 이곳을 빌어서 많은 사람들이 찌든 때 벗고, 호화명장 내던지고, 세속명예 내려놓고, 부귀영화 은금 돈 필요한 이에 물려주고, 남에게 피해주며 욕망으로 채운 것들 자유롭게 풀어주고, 몸과 마음 허식까지 다 바꾸니 그런 사람 모셔 가면 탄핵이나 청문회도 무용지물이리라.

입에 풀칠 못해 밤새 거른 맑은 이슬만 먹고 살아도, 밟고 올라설 기력 잃어 허무만 남을 아침 안개를 누비고 다녀도, 이전투구의 살맛은 몰라도, 그렇게 얻어서 누리는 불안 중 행복은 못 가졌어도, 이런 곳에서 사람다운 사람이 만들어진다니 자연의 섭리에 감사하고 외경한다. 바르고 고운 인성의 시작이 그런 것이리라. 세속 떨치고 여기에 터 잡은 사람이 자기 행위의 합리화로 한 말이 근사하다. 말기 암이라고 의술의 한계를 인정해서 버려진 육신을 자연의 사랑이 살포시 끌어안으니 거기가 제집인줄 알고 기력 차려 거동하며 맑은 이슬 친구 되었단다. 정제된 마음 따라 심신을 다 비우니 채울 것 버릴 것 없어 살만하단다.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못되고 나쁜 짓거리로 같이할 사람 잃고 쉴 곳조차 잃어 오랜 세월 격리되었던 세파를 버린 이도 환영하고, 이루기 어려운 높은 뜻 품은 이의 생각 가상해 수양하라 받아놓고, 거친 세상 파도 헤치느라 심심 지친 이 쉴 자리로 내주고, 물려줄 자연 유산 즐기려는 이들까지 반기니 이곳이 살아서 미리 보는 극락정토 아닐까 싶다. 세상사 일체유심조라고 모든 것 마음먹기에 달렸으니 자신이 천국이요 극락으로 여긴다면 그 곳이 바로 평화론 곳이리라, 잠시라도 마음 편히 쉴 곳이 있고, 찾는 이들에게 생기와 활기를 불어줄 수 있으며, 먹지 않아도 먹고 싶지 않고, 빈 곳이 많아도 채우고 싶은 충동도 없으며, 혈투의 경쟁을 하면서도 땀의 결과에 감사하는 곳이면 된다.

형제간에도 개성이 다르니 한 집단이 모두 만족하는 일을 기대할 수는 없으나 결과가 근사하면 다 이룩한 것이니 몸으로 부족한 것 마음으로 채우며 살면 건강한 삶은 절로 펼쳐진다. 탁세의 중생들이 능력이상의 욕심만 고집하지 않으면 누가 정치를 하거나 누가 재벌이 되든지, 누가 위에서 지시하고 누가 아래에서 따르든지, 돛단배 순풍처럼 마찰 없이 흐를 것이다. 그게 보통의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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