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한인섭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달라이라마 / 뉴시스

경제용어이자 국제무역에서 종종 등장하는 '달라이 라마 효과'는 중국 정부와 인민들의 소비 성향을 극명하게 대변한다. 통계에 잡히는 인구가 13억 7천만명에 달하는 중국은 한족이 주류지만, 수십여개 인종이 어울려 사는 나라다. 그럼에도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결정을 한 나라에 대해서는 정부 입맛에 맞게 경제적 보복을 가하는 일정한 성향을 띈다. 중국에서 독립하려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특정국가 지도자를 만나거나, 입국을 허락하면 이들은 여지없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에 반하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독일 괴팅겐 대학 안드레아스 폭스와 닐스 헨드릭 클란 교수는 이런 현상을 '국제무역에서의 달라이라마 효과'라는 연구를 통해 하나의 학설로 정립했다. 2003년~2008년 후진타오 시대 지도자가 달라이라마를 만난 상대국은 대중국 수출이 평균 8% 이상 감소했다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연구팀이 159개 국가를 조사한 결과 정부관료가 만나면 수출이 8.5% 가량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대통령급이 만나면 감소폭은 16.9%까지 커졌다고 한다.

보복은 해당국의 국력을 따지지 않는다. 2008년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면담하자 중국은 한창 무르익었던 에어버스 항공기 150대분에 대한 구매 협정을 전격 연기했다. 심지어 2010년 노벨상 위원회가 중국 반체제 인사 류사오보를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하자 중국은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차단했다. 국제시장에서 노르웨이산 연어가격은 폭락했다.

당장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롯데그룹은 견디다 못해 중국에서 롯데마트 철수를 결정했다. 그나마 매장을 헐값에 매각해야할 처지이다. 문제는 다른 기업으로 '불똥'이 뛸 수 있어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국제공항 면모를 갖추려는 청주공항 역시 중국 관광객들이 급감하면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한인섭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노영민 중국대사가 28일 부임 인사 차 충북도청을 찾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달라이 라마 효과'를 언급했다. 그는 "정부(중국)가 강요를 하지 않더라도 인민들이 애국주의적 소비행태를 보인다"며 "중국시장에서의 접근성과 경쟁력을 높이려면 기업 경쟁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내놓았다. 정부는 정상회담을 비롯해 중국 지도층과의 문제를 풀고, 기업은 기업대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드와 북핵'이 동시에 대두된 국면에서 국익을 도모하는 나름의 '해법'인 셈이다.

그는 중국 부임에 앞서 '한·중 정상회담'을 자신의 과제로 설정했다. 중국이나 '외교'에 낯설 수 밖에 없는 그가 내정되자 외교가에서는 '문재인의 최측근이라 역할을 할 것'이라며 반기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런 그가 '사드와 북핵'이라는 '광풍'을 해결할 '지렛대'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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