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대기자 겸 논설실장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업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스위스, 노르웨이, 스웨덴을 공통분모로 엮으면 몇 가지 공통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복지선진국이고 국민행복지수와 양성평등지수가 높다는 점, 무엇보다 외침(外侵)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만큼 국가안보가 안정돼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세 나라에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여성징병제를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하기 위해 깊이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웨덴은 최근 7년 만에 징병제를 부활하고,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역시 여성인 페테르 훌트크비스트 스웨덴 국방장관은 징병제 재시행을 발표하면서 "모병제를 토대로 군 병력을 충원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어 징병제를 다시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안보 상황이 악화되면 징병 대상을 더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스웨덴은 2010년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실시했는데, 이후 최소한의 필요 병력도 채우지 못한 데다 2014년 이후 계속되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다시 징병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재밌는 것은 이번에 남녀 징병제를 도입한 정권은 중도좌파 연립정권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여성 징병제에는 야당도 지지했다. 특히 스웨덴 국민의 72%가 여성 징집에 찬성한다고 답했고, '반대' 응답자는 16%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에앞서 정부각료중 절반이 여성인 노르웨이도 여성정치인이 앞장서 징병을 주장해 2015년부터 여성도 1년간 의무적으로 입대해야 하며 성평등지수 2위인 네델란드 역시 2018년부터 여성 징병제를 실시키로 했다. 영세중립국인 스위스 역시 여성징병제 문제를 2020년까지 검토해 결론을 낸다고 한다. 이스라엘에서는 예전부터 남녀 똑같이 18개월 의무복무 해야 한다. 또 북한은 겉으로는 '모병제'이지만, 실제로 여성은 18세가 되면 의무적으로 7년 이상 군복무를 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코너에는 '남성만의 실질적 독박 국방의무 이행에서 벗어나 여성도 의무 이행에 동참하도록 법률개정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12만3천여건의 추천을 받아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1만6천 건이 넘는 청원 중 추천 건수가 '소년법 폐지'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고 한다. 저출산 심화로 여성도 군 의무 복무를 해야 하며 이에 따라 군 복무를 마친 남녀에게 같이 군 가산점제 등 동일한 혜택을 줘야 한다는 게 청원의 요지다.

박상준 대기자 겸 논설실장

한 청원자는 '여성의 징병이 신체 차이 운운하며 통과되지 않는다면 여성간부·경찰 모집도 중단되어야 하고, 기업에서도 여성은 신체적으로 약해 제약을 크게 받으니 남녀 취업차별이 이뤄져도 순리상 할 말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청원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재미있는 이슈 같다"고 코멘트했다.

남자만 징집되는 것이 평등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남자만 '수입없는 노동'을 책임지고 있는 현실이 평등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여성 군복무의무화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없다. 헌법재판소도 "남성에게만 병역 의무를 부과한 병역법 규정은 합헌"이란 입장을 재확인 한바 있다. 이런 청원이 올라오는 배경에 '안보'에 대한 불안감과 갈수록 치솟는 '청년실업'이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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