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관련 특별대담 '북핵문제, 어떻게 풀어야하나 : 전망과 해법'에 참석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7.09.26. /뉴시스

우리가 종종 듣는 비유에 나비효과란 것이 있다. 관련 분야를 막론하고 자주 인용되는 말 중의 하나가 '나비효과'다. '1961년 MIT의 에드워드 로렌츠의 이론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나비효과(butterfly effect)'란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킨다, 중국 북경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서 폭풍을 일으킨다 등 여러 버전이 있지만, 공통점은 '초기 조건에 대한 민감성'이다.(박경미의 수학콘서트 플러스)

현재의 우리 상황이 바로 이런 나비효과를 실감하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 미사일과 북핵 실험, 북미간 말폭탄 심화의 결과 우리 기업이 어려움에 빠지게 된 것은 전형적인 나비효과의 양상이다. 일의 순서에 따라 차분히 들여다 보면, 지난 10여년간 여러 가지 사건 등으로 인해 남북간의 관계가 매우 좋지 않았고 미국도 이렇다 할 한반도 비핵화나 평화 유지정책을 내놓지 않고 그냥 시간을 보냈다. 이것이 문제의 초기 조건의 시작이다. 이에 불안해진 북한은 평화를 추구하는 대신 독자생존을 주장하며 미사일 시위,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물론 북한의 이러한 판단에 전혀 동의할 수는 없지만 북한이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와 나쁜 선례가 존재하기는 한다.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핵개발을 중단했던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의 붕괴와 처형이 최악의 시나리오의 단적인 예이고 인도나 파키스탄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여 현재의 지위를 확보하게 된 것이 아주 나쁜 선례로 작동하고 있다. 본론으로 들어가 보면, 이러한 북한의 미사일과 핵폭탄 실험 등은 (과정은 별론으로 하고) 성주에 사드 배치로 연결되었고, 이는 바로 한중간 갈등이라는 1차적 결과를 만들어 냈다. 이에 반발한 중국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한 유무형의 제재를 통해 어려움에 빠뜨리는 것을 넘어, 한국 제품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통해 중국시장내에서의 한국의 비중을 줄여가고 있으며, 한국에 대한 단체 관광 금지를 통해 그 많던 유커의 모습이 자취를 감추게 만들었다. 그 결과 명동의 상권은 거의 죽다시피 되어 있고, 인천항도 사멸하고 있으며, 중소 면세점, 관광사, 식당 등 우리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큰 어려움에 빠졌다. 정리해 보자면, 남북한, 북미간 갈등의 해소 실패라는 나비의 날개짓이 많은 우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어려움에 빠뜨리는 폭풍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행동은 우려스럽기도 하고 정말 동의할 수 없으며, 심지어는 너무 밉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만을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 자발적으로 변할 수 없는 북한을 원망하는 시간에도 우리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사지로 한발 더 밀려나고 있다. 정치적, 외교적 갈등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정치와 외교에만 있지 않다는 것은 그간 우리가 많이 경험해 왔다. 남북간 갈등을 고조시키는 사건이 발생하거나 북한의 핵실험 등이 발생한 그날 하루에 주식 및 외환시장 등에서 수십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결국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이 좀 더 조심할 수밖에 없다. 그걸 북한도 매우 잘 알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이 벌이는 위험한 불장난의 얼마나 효과적인지도, 우리가 손해가 크기 때문에 양보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아울러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우리는 참 어려운 처지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최대의 수출대상국인 중국이며, 대중국 수출이 우리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2.5%라는 조사도 있다. 북핵 문제 등 정치적 문제로 인해, 만약 대중국 수출이 20%만 감소하더라도 우리 경제성장률은 0.5%가 낮아진다. 정말 '맙소사'다.

북핵이 오로지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로 인한 피해는 우리가 가장 크다는 것이다. 현명한 장사꾼은 많이 파는 사람도 많이 절약하는 사람도 아니다. 바로 이익을 극대화하는 사람이다. 정부에 바라는 것은, 우리 정부가 현명한 장사꾼의 능력을 보여줬으면 한다. 북한이든 중국이든 우리가 지불하는 정치적 평화비용을 적절히 하여, 평화를 통한 최대한의 경제적 손실 축소를 이루어 내야 할 것이다. 북핵은 정치에 머물지 않고 실물로 전이되어 우리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이해했으면 한다. 평화의 정착이 나비의 날개짓이 되어, 남북간 또는 한중간 경제의 공동 성장과 세계경제의 안정화라는 결과를 낳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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