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 윤여군 국장대우겸 영동·옥천주재

위 사진은 해당 오피니언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직접적 연관은 업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직업에 귀천은 없다고 했다. 스티브 잡스는 "진정으로 만족하는 길은 당신이 위대한 일이라고 믿는 일을 하는 것이다. 위대한 일을 하는 유일한 길은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대졸 청년들은 적성을 살려 직업을 갖기에 앞서 일하기 편한 근무환경을 중시하는 직업관을 보면 씁쓸하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 8월 기준 실업자수는 모두 100만1천명으로 이중 절반(49.1%)에 달하는 49만1천명이 대졸 이상 학력이었다. 전체 실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0.5%(5천명) 증가했다. 대졸 이상 실업자 수는 무려 12.9%(5만6천명) 급증했다.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부족한 이른바 '일자리 미스매치'가 대졸 실업자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문화가 대졸실업자를 대량 양산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대목이다.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인데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부족해 대졸 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대학생 10명 중 5명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회사보다 통근이 편하고 근무시간을 잘 지키는 회사를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를 보면 '일자리 미스매치'가 실업률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대학생의 취업선호도에 따른 잠재집단별 특징'을 보면 대졸청년들의 직업관이 드러난다.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51.3%가 근무환경을 중시했고 이 가운데 83.3%가 통근이 수월하지 않은 회사에 취업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81.5%가 근무시간이 잘 지켜지지 않는 회사는 기피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선호한 19.1% 가운데 94.3%가 정규직 아니면 취업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특히 중소기업에 취업하고 싶지 않다는 대학생은 79.8%에 달했다. 제조업과 건설업 현장에는 한국의 청년 인력을 구하지 못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졸 실업자가 50만 시대에 진입한 반면 국내의 외국 노동자수는 200만 시대를 열었다. 200만이 넘는 외국인 노동자가 생산현장에서 일천한 경력으로도 연봉 3천만원이상씩 벌어 가는 것이 현실이다. 아파트 건설현장에는 중국, 태국인들과 고령의 한국 근로자들이 일을 하고 있으나 우리 청년 일꾼은 찾아 보기 힘들다. 청년들은 사무직 대기업 공무원만을 꿈꾸다 스스로 실업자의 길을 자초했다.

사슴을 쫓는 사람은 토끼를 쳐다보지 않는다고 했다. 과거 정부가 고속성장을 위해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업해야 한다는 관념이 직업천시로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산업현장에 인력이 부족한데도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면서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원하는 근로환경을 충족할 일자리는 그리 많지 않다. 조금만 낮추면 많은 일자리들이 있지만 힘 안들고 좋은 근무환경을 원하니 일자리가 부족할 뿐이다. 만일 중소기업 근무 경력 3년 이상자만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제한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 질까?

윤여군 국장대우겸 영동·옥천주재

교육과정도 문제다. 대학진학 위주로 교육이 진행되니 기초과학에 대한 교육은 소홀해 질 수 밖에 없고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을 파악할 기회조차 없을 뿐만 아니라 기술집약형인 중소기업에 취업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대기업 사무직과 고연봉을 선호하니 적성은 뒷전에 밀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대학과 대학생 수를 줄이기 위해 오는 2020년까지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나 인구 감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기술인 양성과는 무관하다. 지난 박근혜 정부 들어서 기술교육을 강조했지만 사회 구조를 개혁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특히 앞으로 최저임금 1만원 시대에 접어들면 그나마 아르바이트로 생활해온 청년들의 일자리도 상당수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미래 지향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고학력 청년 실업율은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와 교육계 대졸취업자들의 '일자리 미스매치'에 대한 인식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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