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김윤정 충남 부여소방서 현장대응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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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태종은 화재가 빈번히 발생하자 실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1417년 금화령(禁火令)을 내리며 '실수로 자기 가옥에 불을 낸 자는 곤장 40대, 이웃집까지 태운 자는 곤장 50대를 친다.'고 했다. 이처럼 선조들도 보금자리의 소중함과 화재 피해로 인한 고통을 잘 알고 있었던 것에 반해 우리는 주택화재에 너무 안일하게 대비하고 있다. 태종이 금화령을 내린 것은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화재를 예방하고 백성들로 하여금 불조심에 대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화재 중 27%, 화재로 인한 사망자의 63%가 주택에서 발생해 주택 안전대책의 시급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주택화재는 대부분이 심야 취약 시간대에 발생해 화재 발생을 초기에 인식하지 못하고 대피가 지연 돼 유독가스 흡입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화재로부터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화재 발생 초기에 경보를 울려 신속한 대피를 돕고 화재를 진화할 수 있는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필수적이다. 주택용 소방시설이 중요한 이유는 투자비용에 비해 그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김윤정 충남 부여소방서 현장대응단장

해외사례 중 미국에서는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에 대한 보급률이 32%에서 96%로 높아지자 주택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60% 감소 하였으며, 일본에서도 보급률이 81%까지 높아지자 사망자가 17.5% 감소했다. 우리나라도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2012년 2월 5일부터 모든 주택에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의 설치가 의무화 됐다. 신축 주택은 반드시 주택용 소방 시설을 설치해야 하나, 기존 주택은 지난 2월 4일까지 5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설치를 유도했다.

하지만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는 주민들의 자율적인 동참 없이는 불가능 하다.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안전하고 행복한 보금자리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길 바란다. 이젠 주민들이 답할 시간이다.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나 자신,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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