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대기자 겸 논설실장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관광객들이 LG전자 안내로봇(오른쪽)과 청소로봇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LG전자는 이날 인천국제공항에 청소로봇과 안내로봇 각각 5대를 배치하고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LG전자의 안내로봇과 청소로봇은 공항 곳곳을 돌아다니며 공항 이용객들에게 안내서비스를 제공하고 실내 공간을 청소한다. 2017.07.21. /뉴시스

영화를 보면 때로 미래세상을 예측할 수 있다. 추석연휴에 본 매튜 본 감독의 <킹스맨: 골든 서클>도 마찬가지다. 현란한 액션시퀀스를 싱글 테이크로 완성한 듯한 연출로 액션의 신세계를 보여준 킹스맨 골드서클에선 두 가지 유형의 로봇이 눈길을 끈다. 마약으로 온 세계의 돈을 긁어모으는 악당 포피(줄리언 무어)의 경호견인 사나운 로봇견과 미용사로봇이다. 물론 로봇견은 지금도 있다. 이제는 단종됐지만 2000년 초반에 소니 사에서 개발한 '아이보'이후 애완 로봇견은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견은 단순한 애완견이 아닌 주인의 명령에 따라 상대를 공격하는 일종의 킬러 로봇이다. 마치 맹수처럼 동작이 무척 빠르고 거칠다. 킬러 로봇은 자동 공격 시스템이 있지만, 아직은 정확성의 문제로 사람이 조종에 개입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인공지능의 발달로 로봇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이 도입되면서 인간의 통제 없이도 스스로 적을 인지하고 공격하는 것까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럴 경우 킬러 로봇이 인간의 통제권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영화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로봇을 자주 볼 수 있다. 우리은행 명동금융센터에는 로봇은행원인 '페퍼(Pepper)가 일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로보틱스가 고향인 페퍼는 고객응대 뿐만 아니라 금융상품도 추천한다. 긴 명절연휴에 인천국제공항을 찾은 사람들은 LG전자 안내로봇과 마주쳤을 것이다. 내년 하반기엔 한층 진화된 로봇이 이용객 탑승권을 인식해 출국 게이트 위치를 알려주는 것은 물론 수하물 수취대까지 동행한다고 한다. 이밖에 교보문고 합정점에도 로봇이 배치돼 앱을 소개하고 고객들에게 알맞은 도서를 추천하기도 한다. 로봇을 본 사람들은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문명의 이기로 인한 편리함과 두려움이 교차했을 것이다. 사람이 하고 있는 일들은 많은 부분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팽배하다. 현 시대에 안정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전문직종에서도 인공지능 로봇의 위력은 강력하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인공지능 로봇시대의 도래는 4차혁명 시대의 대세가 됐지만 과제도 만만치않다. 직업의 판도가 바뀌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설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 또 언젠가 창조성과 창의성을 가진 로봇이 등장한다면 로봇은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이 될 수 있다. 로봇에게 '감정'을 주입시키는 것은 로봇공학 발전의 마지막 관문이자, 논란의 핵심이다. 2001년 개봉된 스티븐스필버그 감독의 'AI'에서 로봇회사는 감정을 가진 인조인간 로봇(데이빗)을 만들어 아들(마틴)이 불치병에 걸려 치료약이 개발될 때 까지 냉동된 가정에 입양돼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마틴이 퇴원하면서 양부모에게 버려진 데이빗은 잃어버린 엄마의 사랑을 찾아 길을 떠도는 슬픈 로봇이 된다. 반면 '스파이더맨 2'에서 악당 닥터 옥토퍼스는 어느순간 인간성을 회복하지만 오히려 자신이 개발한 거대한 인공팔을 가진 로봇의 통제를 받고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가공할 파괴력으로 악행을 저지른다. 인간처럼 진화된 로봇의 양면성이다. 인간은 그들과 가장 닮은 로봇을 창조하려 한다. 하지만 그 로봇은 인류에게 무엇을 남길까.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