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행복한 혁신학교를 가다] 1. '3명의 아이들에게 30개의 답이 있다'
단순 교실 아닌 협력의 장 인식 심어
대전·세종 10개·충남 54개·충북 30개
충청권 혁신학교 모두 104곳 운영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모든 아이들은 영재다. 30명의 아이들에게 30개의 답이 있다. 아이들의 적성을 꺼내주는 것이 교육이다.'

북유럽 혁신학교의 핵심은 '아이들'이다. 학교에 학생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학교가 학생에 맞춘다.

핀란드, 덴마크, 독일 등 북유럽 혁신학교는 각 나라마다 특색을 갖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수업과 공간 개념에 대한 변화를 들 수 있다.

수업방식은 개인맞춤형으로 진행된다. 아이들마다 능력에 맞게 목표를 설정하고 개인에게 최적화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나라 '캠퍼스형 고등학교'의 모델이 된 핀란드의 야르벤빠 고등학교(Jarvenpaa Lukio)는 입학과 동시에 개인별 학습계획을 세운다.

개인별 학습과정은 '윌마(Wilma)'라는 시스템으로 관리되는데, 수강신청부터 수업 내용까지 기록된다. 학생들은 7주식 진행되는 5개 학기 중에 필수과목과 선택과목 75개 코스를 이수하면 졸업이 가능하다. 학생들이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과목이 300개나 되고, 수요가 있으면 교육당국의 간섭 없이 학교가 스스로 과목을 개설해서 학생들의 개별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졸업기간은 우리나라 고등학교처럼 3년으로 고정하지 않고 학생 개인별 학습계획에 따라 빠르면 2년, 늦으면 4년 동안 자신의 역량과 희망에 따라 시기를 정한다.

북유럽혁신학교의 또 다른 특징은 무학년제, 무학급 수업을 통해 협력하는 자세를 길러주는 것이다.

덴마크 헬레럽학교(Hellerup skole)는 학년별 융합수업을 진행한다. 전교생이 수학만 집중하는 수학의 날(매쓰데이) 프로젝트는 학년을 섞어서 수업 한다. 수학을 잘 하는 3학년은 6학년과, 수학을 못하는 6학년은 저학년과 함께 하기도 한다. 학년별 융합수업은 서로를 도와줘야 하기 때문에 나이를 뛰어넘는 상호 작용을 한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협력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프로젝트 수업도 학제?학년과 교과를 뛰어넘는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독일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 학교는 5학년부터 10학년까지 학년별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다.

5학년은 학교와 친구들에 대해 알아보기, 6학년은 숲을 주제로 과목별 에 대해 알아보기, 7학년은 지역의 수질검사, 8학년은 또래집단에 대한 연구, 9학년은 나치의 만행에 대한 연구, 10학년은 직업현장실습 등 학년별로 지적 성장에 맞는 주제를 정해 학생들이 1년 동안 자유롭게 연구한다.

북유럽 혁신학교에서 공간은 단순히 교실의 개념이 아니다. 언제든지 협력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열린 구조(오픈 플레이스)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사방이 막힌 교실이 없고, 우리나라처럼 구조된 학교는 교실 문을 열어 놓고 수업을 한다. 새로운 교육에는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다.

핀란드 라또까르타노 종합학교(Latokartanon Peruskoulu)는 학생 친화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 건축공모전까지 거쳤다. '공동체를 위한 공간'이라는 교사들의 교육관이 디자인에 반영됐으며, 두 개의 교실이 하나의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있어 언제든 협력수업을 할 수 있다. 또한 열린 공간은 학생과 교사의 커뮤니티의 활성화도 돕는다.

'공교육 정상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우리나라에 혁신학교가 도입된 지 올해로 9년째다.

충북에서도 지난 2015년 '행복씨앗학교'라는 이름으로 도입돼 올해 30개교가 운영 중이다.

대전 '창의인재 씨앗학교' 10개, 세종 '혁신학교' 10개, 충남 '행복나눔학교' 54개 등 충청권에서 총 104개의 혁신학교가 있다.

로드맵상 성장기에 접어든 충북행복씨앗학교는 짧은 기간 긍정적인 효과도 만들어내고 있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

충북행복씨앗학교는 작은 학교에서 학생 수 증가 등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또 신청 비율이 늘면서 고등학교의 진전 속도가 빠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고등학교의 진전속도는 충북의 특징이라기보다는 시대의 특징으로 봐야할 것 같다"며 "경기?서울지역에서 처음 진행했던 시기보다 학력에 대한 관점이 바뀌어서 청주지역이 약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럽의 혁신학교처럼 전체적인 교과과정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일부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상도 개선돼야 한다.

또 최근 발표된 혁신학교 고교생의 기초학력 저하는 앞으로 혁신학교가 가야할 방향을 설정하는 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충북행복씨앗학교의 4년간 중장기계획이 내년에 종료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혁신학교 일반화는 두 가지 축으로 볼 수 있는데 혁신학교 숫자 자체를 늘리는 것과 혁신학교의 문화를 일반학교에 확산시켜나가는 것인데 연구 결과를 보고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혁신학교 확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자, 국정 과제로도 선정됐지만 향후 운영계획을 세워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중부매일이 국내 혁신학교 사례를 살펴보고 북유럽 혁신학교를 통해 공교육 정상화를 모색하고자 '교육의 미래, 혁신학교를 가다' 기획시리즈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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